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31일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비민주국가의 하나로만 지칭하고 북핵 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데 대한 해석이 워싱턴 외교가와 언론에서 여전히 분분하다. 미국의 북핵 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의 북핵 무언급이 6자회담에 대한 '좌절감'의 반영이거나 6자 회담이 실패할 경우 유엔 안보리 회부 등 자기식 해법을 추진하기전의 '의도된 침묵'(intended silence) 내지는 '폭풍전의 고요'(quiet before storm)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즉, 북핵 문제가 부시 대통령의 관심밖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데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4일 부시 대통령의 북핵 무언급 이유를 네오콘 논객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 등 미국의 북핵 전문가들에게 탐문한 결과 '의도된 침묵'이라는 분석이 많았다고 전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 등은 "부시 대통령의 북핵 무언급은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서 또는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면서 "이런 저런 것을 고려한 끝에 나온 의도된 침묵"이라고 분석했다. 북핵 관련 기사로 널리 알려진 뉴욕 타임스의 데이비드 생어 기자는 지난 3일 PBS와의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이 이란의 핵은 지금 저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북한 핵의 경우 이미 5~7기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충분한 핵연료를 생산하는 등 희망이 없다(beyond hope)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이 핵을 가질 경우 이스라엘과 유럽, 이라크 주둔 미군을 위협할 수 있는 등 지리적인 폭발성 때문에 이란 핵을 집중 거론한 이유일 것으로 보았다. 이와관련, 케네스 퀴노네스 전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은 "북핵 무언급은 6자 회담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좌절감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부시 대통령은 중국, 한국에 맡겨 둔 북핵 문제가 해결이 안될 경우 자신의 방식을 추구할 것이며 현재는 폭풍전의 고요와도 같이 조용하지만 해결책이 없을 때는 매우 요란스러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