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4일 밤 8시20분께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 회장의 입국은 `안기부 X파일'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4일 오후 김포공항에서 일본 도쿄를 경유해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꼭 5개월만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다음달 8일부터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는 이 회장이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IOC총회 불참 사유에 관해 이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일본 체류시 넘어져 부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거동이 불편한 건강상태 등을 감안할 때 이 회장은 당분간 국내에서 부상을 치료하고 심신을 요양하면서 삼성그룹의 경영현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지토세(千歲) 공항에서 회사 전용기인 `보잉 비즈니스제트(BBJ)'를 타고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이날 오전 서울항공청에 삼성 전용기인 `보잉 비즈니스 제트'(BBJ) 운항허가를 받은 뒤 여러차례 탑승자 명단을 바꾸는 등 이 회장 입국을 극비리에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타고온 전용기는 2002년 구매한 것으로 보잉-737기를 개조한 18인승 중ㆍ단거리용이다. 삼성전자 소속의 업무용으로 삼성테크윈(옛 삼성항공)이 관리를 맡고 있는 이 비행기는 실내에 최첨단 정보기술(IT) 시설을 구비하고 있고 응급의료설비는 물론 인터넷 등 통신이 가능한 회의실이 갖춰져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9월4일 김포공항에서 도쿄를 경유해 미국으로 출국할 때 이 기종을 이용했다. 한편 이 회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사건'의 핵심 피고발인이지만 당장 검찰에서 조사를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삼성 계열사 회계 자료 분석에 집중하고 있어 소환 조사할 단계가 아니다"며 "이 회장이 해외에 장기 체류할 상황도 아니라서 별도 출국금지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1997년 삼성그룹의 대선 자금 제공 의혹이 담긴 `안기부 X파일 사건'과 관련해 이 회장이 피고발된 내용은 무혐의 종결한 바 있다. 지난해 9월4일 출국한 이 회장은 미국에 머무르다 연말께 일본으로 거처를 옮겨 지인들과의 만남 등 사적인 활동을 벌여 왔으나 공식적인 자리에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정확한 행선지와 건강상태 등에 관한 구구한 추측을 불러 일으켰다. 이 회장은 미국에 체류 중이던 지난해 11월에는 역시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막내딸 윤형씨가 숨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추왕훈 김종우 이광철 기자 cwhyna@yna.co.kr jongwoo@yna.co.kr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