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펀드 헤르메스가 31일 삼성물산 주가 조작 혐의로 검찰에서 수십억원대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증시에는 이렇다할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1983년에 설립된 헤르메스는 영국의 연기금 펀드 운용사로 퇴직연금 펀드와 보험사, 금융회사 등 200여곳에서 맡긴 자금을 운용하며 작년 9월 말 기준 운용자산 규모가 580억파운드(약 99조원)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 증시에서는 2003년 6월 LS산전(옛 LG산전) 주식 211만주(7.04%)를 사들인 이후 현대해상과 삼성물산, 한솔제지, 현대산업개발, 솔본 등 5개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취득했습니다. 헤르메스펀드는 2004년 12월 미리 매집한 삼성물산에 대해 인수합병(M&A) 재료를 퍼뜨리고 해당 주식을 전량 매도하는 등 주가조작 혐의로 이날 검찰로부터 73억원의 벌금형을 부과받았습니다. 헤르메스측은 성명을 통해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한 한국 검찰의 기소를 수용할 수 없으며 앞으로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 현재 법률 자문팀과 협의중에 있 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검찰이 해외펀드 가운데 처음으로 헤르메스를 형사 처벌함에 따라 일부에서는 해외펀드의 한국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외펀드를 차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의 규제 리스크가 부각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외국계 증권사들도 '잘못된 투자방식에 대한 정당한 처벌이기 때문에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계 펀드가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헤르메스측은 이날 현대산업개발 지분을 7.03%에서 2.52%로 4.51%를 처분했다고 공시함으로써 현재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는 솔본(8.62%)과 현대해상(5.5%)만이 남아있습니다. 차희건기자 hgch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