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31일 영국계 헤르메스 펀드에 대해 삼성물산 주가조작 혐의로 벌금형을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해 금융계에서는 국내외 투기자본에 대한 '강력 경고'의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 그동안 헤르메스 펀드 불공정행위 건에 대한 일련의 조치는 관행과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조치들이었다. 금융감독당국은 영국 현지에 직원을 파견하면서까지 헤르메스 조사에 심혈을 기울였고 기껏해야 '검찰통보'에 그칠 것이라던 당초 예상을 뒤엎고 지난해 7월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이전에는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해 금융감독당국이 외국인을 검찰고발한 적은 있지만 외국계 펀드나 펀드매니저를 검찰에 고발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 같은 금융감독당국의 강경조치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제재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관론이 우세했던 것이 사실이다. 국내 비거주 외국인에 대해 검찰에 출두하지 않을 경우 기소중지 처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주가조작 당사자인 헤르메스의 펀드매니저도 국내 검찰 출두를 기피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들도 검찰고발을 발표하면서도 이 같은 맹점을 지적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대표자나 대리인이 위법행위를 했을 때 행위자 처벌과 별도로 소속 법인이나 개인도 처벌하는 이른바 '양벌규정'을 적용, 헤르메스에 대해 벌금형을 부과했다. 물론 검찰이 당사자 이외의 다른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혐의를 충분히 입증했기 때문이지만 아무래도 투기자본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앞으로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실려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다시 말해 투자자 보호 및 금융질서 확립 차원에서 일부 외국계 자본의 투기적인 행태와 불공정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으며, 앞으로 국내외 자본에 대해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세청의 외국계 펀드 탈세여부 조사와 이에 따른 론스타에 대한 대규모 세금 추징도 이 같은 맥락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벌금형을 받았다고 해서 헤르메스가 국내에서 투자 등 사업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정사항이 있을 경우 금융관련 법률 위반 문제가 참작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