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호가 오는 15일 '월드컵의 바다'로 출항한다. 목적지는 독일이 아니라 중동(아랍에미리트연합.사우디 아라비아), 홍콩, 미국, 시리아다. 독일로 가는 길 못지않게 중요한 대장정이다. 오는 6월10일(이하 한국시간) 월드컵 본선 개막에 앞서 장기 해외전지훈련을 소화할 기회는 이번 뿐이기 때문이다. 조직력과 체력 강화, 전술과 포지션 실험, 유럽팀 적응력 기르기, 국내파와 J리거 테스트 등 산적한 과제를 완수해야 한다. 대표팀을 총괄 지원하는 이영무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전략.전술의 극대화는 5월 말까지 계속돼야 한다. 전체적인 팀 완성도는 개막 직전까지 끌어올려도 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훈련을 통해 확실한 기초를 닦아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3기(期) 아드보카트호는 오는 15일 밤 인천공항에 결집한다. 파주 훈련장이 아니라 한밤 공항에 소집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항해에 참여하는 태극전사 24인의 각오는 예전과 다를 수 밖에 없다. 명목은 훈련과 평가전이지만 이들에게는 매 순간이 실전이다. 대표팀은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아시안컵 예선 원정경기를 치르고 돌아오는 다음달 24일까지 지구를 한바퀴 반 도는 항해를 해야 한다. 항공기에 타고 있거나 외국에 머무르는 기간이 41일이다. ◇중동에서 유럽을 넘어라 15일 자정을 넘겨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행 항공편에 오르는 태극호는 숙소인 주메이라 비치클럽 리조트에 여장을 풀자마자 쉼없는 강행군에 돌입한다. '유럽 구상'에 골몰하고 있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곧장 두바이로 직행한다. 지난 9일 팀 훈련을 따라 스페인 라스팔마스로 떠난 이동국도 현지에 합류한다. 첫 평가전 상대는 비교적 만만한 UAE다. 역대전적에서 7승5무1패로 절대 우세다. 그러나 아드보카트 감독은 신경이 쓰일 법한 팀이다. 한국 대표팀을 맡기 직전 잠시 지휘봉을 잡았던 팀이기 때문이다. 19일 사우디 리야드로 이동하는 대표팀은 유럽이라는 산을 만나게 된다. 사우디 4개국 대회 상대 팀은 그리스(21일)와 핀란드(25일). 2004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2004) 챔피언 그리스는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고 국내파 위주로 구성됐지만 조직력을 만만히 볼 수 없는 강팀이다. 개인 기량보다 조직력을 무기로 한다는 면에서 본선 마지막 상대 스위스와 닮았다. 핀란드를 맞이할 때는 '어게인 2002'를 외쳐볼 만하다. 히딩크호는 2002년 3월 핀란드와 평가전에서 황선홍의 두 골로 2-0 완승을 거둔 뒤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아드보카트호도 '유럽 돌파' 자신감을 얻기 위해 제물로 삼을 팀이다. ◇홍콩에선 본선 경쟁력을 홍콩에는 오는 26일 도착한다. 구정 연휴 칼스버그컵 대회에도 어김없이 강호들이 기다리고 있다. 29일 크로아티아와 먼저 맞붙는다. 크로아티아는 유럽 예선 8조 1위로 본선에 직행했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했다. 본선 경쟁력을 시험하기 위해 적절한 상대다. 크로아티아를 넘으면 덴마크와 대적할 가능성이 높다. 칼스버그컵은 4개팀 크로스 토너먼트로 진행돼 홍콩을 이길 것으로 예상되는 덴마크를 만나기 위해서는 크로아티아를 꺾는 게 선결 과제다. 홍콩과 평가전은 큰 의미를 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마무리가 중요하다 아드보카트호는 2월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한다. 사흘 뒤 미국과 비공개 연습경기가 잡혀 있다. 이어 홍명보 코치가 현역시절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미 프로축구(MLS) LA갤럭시, 2회 연속 본선 진출팀 코스타리카, 북중미 맹주 멕시코와 잇따라 대결한다. 12일 코스타리카전은 장소를 샌프란시스코로 옮겨 치러진다. LA에서는 풀어야 할 징크스도 있다. 대표팀은 1990년대 이후 네 차례나 LA 전지훈련을 다니며 13차례 평가전을 가졌지만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한 채 8무5패에 그쳤다. 미국 서부에서 4차례 평가전이 잡힌 만큼 첫 승은 물론 'LA의 저주'를 완전히 씻어내야 한다. 마지막 훈련지라 마무리가 역시 중요하다. 이 때까지 심각한 부상자가 발생해서도 곤란하다.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훈련도 중요하지만 부상도 막아야 한다. 불가피하게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 밖에 없지만 평가전에서 다쳐 본선행이 좌절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미국이 끝은 아니다. 아드보카트호는 2월17일 LA에서 다시 네덜란드행 항공편에 탑승해 대서양을 건넌 뒤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시리아 다마스쿠스로 향한다. 시리아는 1984년 아시안컵에서 0-1로 패한 아픈 기억이 있는 팀이다. 전지훈련에 연이어 펼쳐지는 아시안컵 예선을 도외시할 수 없다. 대표팀은 2월24일 항해를 마치고 귀국하지만 한 차례 시험이 더 기다리고 있다. 당초 아시안컵 예선 홈 경기 일정으로 잡혀 있던 3월1일 국내에서 유럽 또는 아프리카 팀과 평가전을 갖기로 하고 현재 팀을 물색 중이다. 이 평가전까지 끝내야 47일 간 세계를 누비며 총 11차례 시험을 치르는 살인적인 일정을 모두 마치게 된다. ◇대표팀 해외전훈 평가전 일정(한국시간.괄호안 경기 장소) 1월15일 22시 소집(인천공항) 1월16일 0시30분 UAE 두바이행 출국(EK323) 1월18일 23시30분 vs UAE(두바이) 1월19일 05시20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행 출발(SV553) 1월21일 23시 vs 그리스(리야드.사우디 4개국대회) 1월25일 23시 vs 핀란드(리야드.사우디 4개국대회) 1월26일 06시40분 홍콩행 출발(CX732) 1월29일 16시 vs 크로아티아(홍콩.칼스버그컵) 2월1일 19시 또는 21시15분 vs 홍콩 또는 덴마크(홍콩.칼스버그컵) 2월2일 17시25분 미국 LA행 출발(CX882) 2월5일 시간 미정 vs 미국(비공개.LA) 2월9일 13시 vs LA갤럭시(LA) 2월12일 08시 또는 11시 vs 코스타리카(샌프란시스코만 오클랜드) 2월16일 12시30분 vs 멕시코(LA) 2월18일 08시50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행 출발(KL602) 2월19일 03시30분 시리아 다마스쿠스행 출발(KL403) 2월22일 시간 미정 vs 시리아(다마스쿠스.아시안컵 예선) 2월24일 16시25분 귀국(EK322.인천공항)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