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에너지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주요 회원국과 러시아 등은 자국 에너지 자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베네수엘라 같은 남미의 자원부국은 독자적인 목소리를 높여 에너지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에너지 확보전 격화


에너지 자원의 '블랙홀'로 불리는 중국과 인도는 에너지 확보전을 격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두 나라는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에너지 전쟁의 최전선을 누비며 석유와 천연가스를 빨아들이는 데 전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국은 에너지 자원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라이벌로 맞붙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두 나라는 나이지리아 악포 유전 등에서 치열한 인수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양국 간 경쟁이 서로에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에 따라 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에서 '경쟁 속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인도의 S.C 트리파티 석유장관은 20일 "시리아 원유·천연가스 자산을 양국이 최근 성공적으로 인수한 것을 계기로 해외 석유자원 개발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산유국들이 '안방 자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도 에너지 확보 경쟁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에너지 대국으로 본격 부상하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앞장서 1990년대 민영화된 에너지 산업에 대한 국가통제를 대폭 강화했다.


이에 따라 현재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30%가량이 크렘린의 직접 통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또 옛 소련권 공화국들에 천연가스를 특별가격에 공급해온 것을 내년부터 폐지한다고 발표해 '천연가스 전쟁'을 촉발시켰다.


러시아의 방침에 우크라이나가 완강히 저항해 양국 간에 새로운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미국,OPEC 행보에 불만


이런 상황에서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의 불만은 OPEC에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변함없이 친미 노선을 취해온 OPEC 핵심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가 석유 정책에서 전례 없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것이 마땅찮은 것이다.


미국의 이 같은 불만은 국제 석유시장이 '미국-사우디-쿠웨이트 정책 연대'에 대해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과도 관련이 깊다.


과거 같았으면 백악관과 사우디 왕가가 모임을 갖고 "석유 수급 안정화를 위해 노력키로 했다"는 성명을 내면 국제 유가가 떨어졌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실제로 지난 4월25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의 개인 목장으로 사우디 실권자인 압둘라 왕세자를 초청해 회담을 가졌지만 유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오히려 사우디로부터 고유가의 책임이 헤지펀드 투기,소비국의 규제,정유설비 부족에 있다는 항변을 들어야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민주당의 프랭크 로텐버그 상원의원은 지난 12일 백악관에 보낸 공개편지에서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OPEC를 무력화시키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에너지 주권 앞세워 '반미' 노골화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에너지 정책에서 '반미'를 공개적으로 표방하며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그동안 수출 원유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공급해오던 것을 중국 등과 협력하는 등 수출선을 다변화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베네수엘라에 진출해 있는 서방 메이저 석유업체를 길들이는 데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서방 메이저들이 기존 산유 계약을 의무적으로 새로 체결해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와 반드시 합작하도록 요구한 것이 대표적인 조치이다.


세계 최대 석유업체인 엑슨 모빌은 "정부 통제에 따르라"는 베네수엘라의 강요와 관련, "베네수엘라에서 계속 비즈니스를 해야 할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의 핵 시비를 견제하는 효과를 겸해 중동의 새로운 에너지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란은 지난 6월 인도와 액화천연가스(LNG) 장기공급계약을 맺고 오는 2009년 말부터 25년간 매년 500만t의 LNG를 공급키로 했다.


또 70억달러가 투입돼 2007년 가동될 인도와 파키스탄 간 송유관 건설에 깊숙이 개입했고 아제르바이잔과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는 협정도 체결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이란 옥죄기'가 강화될수록 이란의 에너지 대국화 야심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