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거래 규제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져온 비거주자의 원화차입 규제가 내년부터 풀린다. 외국인에 대한 원화차입 자유화는 환투기를 조장, 외환시장의 교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규제완화의 일정표에서 사실상 맨 마지막에 남겨둔 것이었으나 외국환거래법에 명시된 일몰조항에 따라 올해말로 해당 규제 관련법 규정이 폐지된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내년부터 비거주자가 국내에서 원화를 조달하는데 따른 각종 허가규정이 폐지돼 모두 신고제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비거주자의 10억원 이상 원화차입과 100억원 이상의 원화증권 대차 등에 대해 적용하던 허가제가 폐지돼 내년부터는 한도 제한없이 모두 신고만으로 무제한 원화조달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투자가들이 국내에서 원화를 차입,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무한정 사들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1997년 태국과 홍콩 등에서는 일부 투기세력이 태국 바트화와 홍콩 달러를 대거 차입, 현지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면서 환율급등을 야기했으며 이로 인해 태국의 경우 외환보유액이 고갈되면서 외환위기를 겪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외환거래자유화 일정 가운데 외국인의 원화차입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허가제를 계속 존치, 환투기 세력의 공략을 차단해왔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오래전부터 외국인에 대한 자본거래 규제를 해제한데다 우리나라의 대외무역규모가 5천억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원화차입 루트를 계속 차단하는 것은 자본자유화의 정도가 낮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특히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2천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환투기에 대한 대처능력이 높아진 점도 비거주자의 원화차입 규제 완화를 촉진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은 관계자는 "비거주자들이 원화를 조달, 국내 외환시장에 들어올 경우 외환시장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성장하면서 자율적인 가격조절 기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환투기 세력이 원화를 조달, 단기간에 달러를 매집하면서 환율 급등을 초래하고 빠져나가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내년부터 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내년부터 금융감독원과 함께 외국환은행에 대한 공동검사권을 행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외환전산망에 대한 실시간 감시를 통해 환투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