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휴회한 제5차 북핵 6자회담 1단계회의에서 북한과 미국이 따로 만나 논의하기로 한 미국의 대북(對北) 금융제재에는 어떤 게 있을까. 우선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이슈화한 마카오에 있는 중국계 은행인 `방코 델타 아시아(BDA)'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9월16일 북한이 이 은행을 통해 위조달러 지폐를 유통시키고 마약 등의 불법 국제거래 대금을 세탁하는 등 자금 조달과 융통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애국법 제311조에 따라 이 은행을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고 자국 금융기관들이 이 은행과 일체의 직간접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도 해당 은행의 불법 금융 활동에 유의토록 통보했다. 미 재무부는 당시 "BDA는 북한 정부의 마카오를 통한 부정한 금융활동을 위해 자발적으로 수족역할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에서는 이 은행을 통해 불법행위를 한 주체로 북한의 조광무역회사를 거론하기도 했다. 북한의 주거래 은행인 이 은행의 돈줄을 사실상 옥죈 것으로, 이번 6자회담에서 북한이 문제를 제기한 주된 이유다. 문제가 불거지자 마카오 의회는 지난 달 28일 돈세탁 방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BDA 사건'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금융기관을 통해 테러리스트에게 자금이 지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만든 자국법을 적용한 첫 사례다.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이 불허되고 있는 상황도 포괄적인 의미의 금융제재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IMF(국제통화기금), IBRD(세계은행), ADB(아시아개발은행) 등의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해 차관을 얻기를 원하고 있으나 국제금융계를 휘어잡고 있는 미국의 반대로 가입이 원천봉쇄되어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1987년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사건 직후 북한을 테러지원국 블랙리스트에 올림으로써 북한의 금융기구 가입을 막아왔던 것이다. 이와 함께 올들어 두 차례 이뤄진 북한기업의 미국내 자산동결 조치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자산동결은 금융제재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북한의 돈 흐름을 차단했다는 데서 광범위한 의미의 금융제재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6월29일 북한의 조성룡봉총회사 등 3개사를 WMD(대량살상무기) 확산지원 기업으로 지정해 이들이 미국내에 갖고 있거나 앞으로 가질 모든 자산에 대해 동결령을 내린데 이어 지난 달 21일 조선광성무역 등 8개 기업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북미가 향후 논의하기로 한 미국의 대북금융제재에는 자산동결이나 국제금융기구 가입 문제는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9.19 공동성명 발표를 전후해 미국이 북한의 위폐와 마약거래에 대해 추적 수위를 높이자 북한 입장에서는 돈줄을 죄어온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국제금융기구 가입 문제는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와 연결되어 있는 만큼 당장은 BDA건에 한해 논의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 6자회담에서 미 행정부의 자산동결 조치 등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한 만큼 포괄적인 금융제재 문제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