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위한,삼성에 의한,삼성의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한나라당 고진화 의원) "삼성은 유권해석 집행기관인가."(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 "삼성이 헌법재판소의 공정성까지 위협하고 있다."(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여당과 일부 야당의원의 '삼성 때리기'가 도를 넘어섰다. 26일 국정감사장은 마치 '삼성 성토장'이 된 듯한 분위기이고 일부 국회의원들은 삼성을 '범죄인 집단'으로 몰아세우며 공격의 강도를 높였다. 이날 국정감사를 벌인 14개 국회 상임위 중 법제사법 정무 재정경제 환경노동 등 5개 상임위는 삼성그룹과 이건희 회장을 겨냥한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재계는 "삼성을 죽이기 위한 '그랜드 플랜'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삼성에 대한 공격이 조직적이고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기업을 백안시하는 정치권의 시각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는 "현 상황은 특정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 대거 양산되고,이를 일부 언론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기업의 순기능도 생각해야 하는데 지금의 정치권 분위기는 잘못만을 골라서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무차별적인 '삼성 때리기' 이날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금감원이 삼성에버랜드를 위해 회계기준을 바꿨다는 의혹과 삼성 금융계열사들의 금산법 위반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일제히 삼성을 공격했다.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은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던 '기업회계기준서 제 15호 지분법'을 제정한 회계기준위원 7명 중 4명이 삼성그룹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삼성 때리기에 나섰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00년 경영난 끝에 자진 청산한 삼성상용차의 전체 분식회계 규모가 3124억원에 달한다"며 삼성압박에 가세했다. 예금보험공사는 당시 삼성상용차의 부실책임을 조사한 결과 분식회계 규모가 18억원에 그쳐 무혐의 처리했었다. 법제사법위에서는 민노당 노회찬 의원이 과거 삼성의 고문변호사로 재직했던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의 전력을 들어 "삼성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 심리에서 윤 소장을 배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며 삼성의 헌법소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를 압박했다. 아울러 통일 외교통상위 소속 정문헌 의원(한나라)은 외교부가 신(新)여권 발급사업과 관련한 장비 및 관리솔루션을 발주하면서 삼성SDS에 특혜를 줬다고 주장했다. 삼성의 입장에선 "모든 것이 적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진행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사업이다. ◆끝없는 폭로…왜? 시민단체와 여당 내 일부 의원들은 이미 연초부터 삼성을 타깃으로 공격의 칼날을 세우고 국감에 대비해왔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삼성공화국'론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여당 내부에서는 금산법과 에버랜드 증여 문제 등이 집중 거론됐다. 때마침 불거진 X파일 사건도 반(反) 삼성 분위기를 증폭시켜 이번 국감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객관적인 접근이 아닌 일방적인 폭로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과 함께 삼성의 공과에 대한 평가 없이 무조건적인 매도만이 가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윤창현 교수는 "기업의 공과를 서로 다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여야 할 것 없이 인기영합적인 포퓰리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용 전남대 교수(경제학)는 "정치권이 마치 분풀이하듯 삼성을 공격하고 있는데,앞에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얘기하고 뒤돌아서는 기업의 뒤통수를 치는 것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참여정부의 분배 위주,평등 중시 등 좌파적 성향이 강조되는 한 당분간 기업에 대한 공격이 끊이지 않을 것 같아 걱정된다"며 "지금의 상황이 가져올 파장을 깨달았을 때는 아르헨티나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은 뒤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성태·김형호·이태명 기자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