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대 진영을 리드해 온 삼성전자가 `적수' 6세대 진영의 37인치 LCD TV를 해외에서 판매중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는 40, 46인치로 초대형 LCD 부문의 표준화를 리드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전략과 배치되는 `엇박자' 행보로, 향후 표준화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지털 미디어(DM) 총괄은 공식적인 제품 발표나 런칭 행사 없이 지난달 중순께부터 유럽 지역에서 현지 유통망을 통해 37인치 LCD TV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LCD 총괄에서 37인치를 생산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DM총괄은 37인치 세트제품의 LCD 패널을 일본 샤프사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달 2-7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최대규모의 영상.멀티미디어 전문 전자 전시회인 `IFA(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2005'에도 37인치 LCD TV를 출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럽지역의 경우 거실면적이 좁은 편이어서 거래선(유통망)들로부터 40인치보다 작은 37인치에 대한 물량 공급 요구가 있었다"라며 "현지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취지에서 유럽에만 37인치 LCD TV를 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37인치 LCD TV를 해외에서 내놓은 것은 단순한 현지 라인업 추가 차원을 넘어서 30인치 이상 대형 LCD 부문에서 6세대 진영과 7세대 진영간에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표준화 경쟁과 맞물려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37인치는 LG필립스LCD, 샤프와 AUO, CMO 등 대만업체들이 이끄는 6세대 LCD 진영의 주력 제품으로, 이들 업체는 `37-42-47'로 이어지는 `+5 인치'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반면 5세대에서 곧바로 7세대로 직행한 삼성전자는 32인치에서 37인치를 건너뛴 채 곧바로 40인치로 넘어가 40, 46인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 LCD 총괄이 40인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세트 제품을 제조하는 DM총괄이 일부 지역에서나마 37인치 세트제품을 출시, 삼성의 `40-46인치' 표준화 전략이 흔들리게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37인치와 40인치간에는 3인치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양 제품간 어느정도의 `간섭 효과'가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전자는 유럽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한 수요 대응 차원이며 현재로서는 국내나 미국 시장 등 유럽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이 모델을 판매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아직까지는 37인치 LCD TV의 올해 유럽지역 판매 예상치를 1만대 미만 수준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앞으로 수요 추이에 따라 유럽 지역내 물량 증가 및 다른 지역으로의 판매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태다. 실제로 삼성전자측의 부인에도 불구, 대만 현지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샤프외에도 대만 1위 LCD 업체인 AUO로부터 적지 않은 37인치 물량을 공급받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추후 물량 확대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럽지역에서만 소량 판매하는 것일 뿐 대형 LCD TV 부문에서 40, 46인치를 주력으로 한다는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며 "세트 파트에서 보면 소비자 요구가 있다면 대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해외로 나가는 제품군이 워낙 다양해 일일이 발표를 하지 않은 차원일 뿐"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