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과열기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주택경기가 "필연적으로" 가라앉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미국인들이 부의 상실감을 느끼고 소비를 줄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와이오밍주에서 열리고 있는 경제 심포지엄에 참석중인 그린스펀 의장은 27일 마무리 연설에서 "주택경기의 붐은 필연적으로 가라앉을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현재 사상 최대 수준인 주택 매매율은 저하되고 주택가격은 상승에 제동이 걸리거나 심지어 하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주택담보 대출 융자조건 변경(리파이낸싱)이나 주택 판매 등을 통한 현금 창출은 줄어들고 소비지출의 활력도 일정부분 감퇴하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나 소비지출이 줄어들 것인지에 대한 추산은 상당히 엇갈리고 있다고 그린스펀 의장은 밝혔다. 그린스펀 의장은 그러나 이와 같은 주택경기의 진정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하고 개인저축률의 증가, 수입품 수요 감소와 이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 축소 가능성 등을 예로 들었다. 그린스펀 의장은 전날에도 같은 심포지엄에서의 발언을 통해 주식과 주택 등 자산 가격 상승세는 경기과신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으며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 한순간에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경제 총수'라고 할 수 있는 FRB 의장으로 18년간 재직해오다 연말이면 은퇴하는 그린스펀 의장은 주식, 주택 등 금융자산의 버블 제거 대책 중 중앙은행이 금리정책을 동원하는 방안의 상대적 장점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수년간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그러나 현재 우리의 지식 수준을 감안할 때 중앙은행들이 가까운 장래에 자산가격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설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FRB는 앞으로 18년동안 지난 18년과 마찬가지의 불확실성에 직면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특히 지속적인 기술의 진보로 인한 급격한 변화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20년 가까이 FRB의 내부 움직임을 지켜본 나로서는 후임자들이 날로 확대되는 글로벌 경제 속의 미국 금융 시스템에 대해 리더십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미리 퇴임사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린스펀 의장이 연설을 마치자 회의장을 가득 메운 이코노미스트들과 중앙은행 관계자, 학자 등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로 경의를 표했다. (잭슨 AP.AFP=연합뉴스)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