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예기치 않은 악재 돌출로 휘청거리고 있다. 삼성그룹의 'X파일' 사건,두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이어 주요 경제단체장들의 스캔들까지 잇따라 터져나오자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재계는 반기업 정서 확산을 크게 우려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재계는 특히 최근 난맥상이 조기에 수습되지 않을 경우 정부를 향한 규제 완화 요구나 주장이 설득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사태 추이를 예사롭지 않게 지켜보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 회장직을 맡고 있는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그동안 '재계의 Mr.쓴소리'라는 별명을 얻으며 쌓아올린 깨끗한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더욱이 두산산업개발의 분식회계 고백,적자 계열사로부터의 배당금 수령,오너 일가 대출금 이자의 회사돈 대납 등 도덕성에 타격을 주는 악재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사면초가 지경에 내몰리고 있다. 박 회장의 경우 시민단체로부터 상의 회장직에서 사퇴하라는 압력까지 받고 있다. 기협중앙회도 회장 선거 과정에서의 김용구 회장을 포함한 후보들의 금품살포 행위가 경찰에 적발돼 김 회장 등 51명이 입건되면서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 김 회장의 경우 지난해 2월 선거를 앞두고 선거인단에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계 1위 삼성은 시민단체들이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는 '삼성공화국'론에 이른바 옛 안전기획부의 X파일 사태 파장이 겹치면서 내부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지난 9일 검찰에 소환된 데 이어 추가 소환설이 흘러나오자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3월 KCC와의 경영권 분쟁을 일단락짓고 현정은 회장을 중심으로 안정을 찾아가던 현대그룹도 대북사업의 '창구'였던 김윤규 부회장이 개인 비리로 간주될 수 있는 처신을 한 사실이 알려져 몸살을 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련의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돼 사회적 혼란이 최소화되고 경제에도 나쁜 영향이 없기를 바란다"면서도 "문제는 이른 시일 내 수습할 수 있는 묘책이 없다는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