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원하는 기초자치단체에 한해 전면 시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치경찰법안이 입법예고되자 전국의 많은 자치단체들은 `맞춤치안'이 가능하게 됐다며 환영하고 청사확보 등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본격 준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취지는 좋지만 예산 지원없이는 상당기간 자치경찰제 도입이 어렵다고 밝혀 치안행정에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3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지역은 부산진구, 수영구, 서구 등 3개 기초자치단체가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자치경찰제 시범실시를 신청했으며 자치경찰제가 본격 도입되는 2007년에는 적정수준의 인력과 예산이 지원되면 16개 시.군 가운데 상당수가 자치경찰제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범실시를 신청한 부산진구의 경우 입법예고된 것처럼 식품, 위생, 환경 등 17종의 특별사법 경찰사무를 자치경찰이 맡게 되면 부산 최고의 유흥가 밀집지역인 서면 일대 주점.오락실.음식점 등에 대한 효율적인 단속과 함께 더욱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피서철에 전국 최다 인파가 몰리는 해운대 해수욕장과 광안리 해수욕장을 끼고있는 해운대구와 수영구는 자치경찰제도입이 해수욕장 쓰레기 투기 및 질서문란행위, 절도 등에 대한 신속한 대처를 가능케 해 해수욕장 치안관리가 지금보다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운대 구청은 현재의 비좁은 청사문제와 40-50명에 이르는 자치경찰대의 인력운용에 필요한 예산문제가 일정 수준 해결되면 자치경찰제를 곧바로 도입할 계획이다. 경기도 부천시와 파주시도 주민치안 복지향상을 위해서는 지역실정에 맞는 치안유지와 단속이 시급하다고 보고 자치경찰제 도입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파주시의 경우 넓은 면적의 도.농복합도시에다 최근에는 개성공단 배후도시, LCD관련 기업도시, 운정 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지역간 이기주의, 소집단할거주의 등 다양한 분쟁이 빈발하고 있어 이에 원활하게 대처할 자치경찰제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충남도에서는 천안시와 공주시, 서산시 등 3개 시.군이 자치경찰제를 신청했다. 특히 인구 51만명을 돌파한 천안시는 치안수요가 급증하는데 비해 경찰서가 1곳밖에 없어 자치경찰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시범도시로 선정될 경우 이달말 입주 예정인 신청사에 자치경찰을 위한 공간을 확보할 방침이다. 천안시 관계자는 "충남지역의 대표도시로서 자치경찰제를 운영할 준비가 충분히 돼있다"며 "시장을 비롯한 모두가 이번 입법예고를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지역에서는 12개 시.군 가운데 청주.충주.제천시와 청원군 등 4개 기초자치단체가 자치경찰 시범실시를 신청하고 인력충원에 따른 사무실 확보 등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농촌지역인 괴산군 등 나머지 9개 군은 아예 신청조차 포기했다. 이밖에 전남과 광주, 강원지역 대부분 기초자치단체는 이번 시범실시 신청을 포기했다. 이는 재정자립도가 열악해 자치경찰 청사 및 장비 등을 갖추는데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예산확보에 큰 부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과 예산문제가 자치경찰제의 큰 난관으로 등장하자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광역단위에서 먼저 시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시의 경우 기초자치단체에서 자치경찰제를 실시할 경우, 인건비.운영비 등의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뒤따르는 만큼, 광역차원에서 먼저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 경남도 등도 자치경찰제를 기초단체부터 먼저 시작하려는데 대해 당혹해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도 예산확보 문제 때문에 현재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특별자치도 육성법안 마련때 자치경찰제를 광역단위로 할지 여부를 추후 결정키로 했다. 이들 광역자치단체는 자치경찰제를 시.군.구에서 시작할 경우 장점도 있지만 ▲광역치안 행정수요에의 대처 미흡 ▲해당지역 단체장의 사병화 가능성 ▲열악한 지방재정에 따른 급여지급 불능사태 발생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시의 한 관계자는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제를 더욱 성숙시킬 수 있지만 재정상태가 좋지않은 기초단체들이 무턱대고 도입했다가는 기존 경찰에 비해 위상이 크게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지역 구청장.군수협의회 이신학 회장(대구 남구청장)은 "자치경찰제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재정적 뒷받침이 우선"이라며 "상당수 자치단체들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점을 감안하면 충분한 국비 지원없이는 시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ljm70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