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가 11조달러에 달하는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에 힘입어 동반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주 뉴욕 증시는 다우 나스닥 S&P500 지수 등 세 대표 지수가 모두 4주 연속 상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증시는 물론이고 싱가포르 멕시코 등 개도국 증시도 2년 넘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승 추세가 2~3년 정도는 더 지속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세계증시 '빅 랠리' MS 인텔 등 대형 기술주가 많이 상장돼 있는 미국 나스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2188.57로 마감,4년 만의 최고치에 올랐다. 다우지수도 10,700 선에 접근하며 지난 2년간의 박스권(9700~10,900)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유럽 증시의 강세는 더 두드러진다. 영국 FTSE가 저점인 2003년 초 3200에 비해 5200대로 올라섰고 프랑스 CAC도 2400에서 4400대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이머징 마켓도 3년째 눈부신 랠리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10년 만의 최고를 기록 중이며 홍콩 싱가포르는 최근 2년 반 동안 80~90%가량 상승했다. 남미의 멕시코와 아르헨티나도 2~3배 올랐고 호주는 10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유동성과 경기회복 '쌍끌이' 이 같은 동반 상승은 세계적인 저금리 추세에 따른 유동성 증가가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병서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경우 2001년 6.5%로 고공 비행하던 정책 금리가 한때 1.0%까지 하락,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채권시장에서 돈이 빠져나와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개인저축, 기업의 현금 보유액,정부 부문의 여유 자금을 합친 세계 부동자금 규모가 11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경기둔화 우려감을 덜고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도 랠리의 배경이다. 미국 경제는 소프트 패치(경기회복 국면 중 일시 둔화) 우려를 떨쳐내고 연 3%대 성장을 향해 순항 중이다. 중국은 2분기에도 성장률이 9.5%에 달했고 일본과 EU(유럽연합)도 내년으로 갈수록 성장세가 뚜렷해질 것이란 게 국제 금융기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강세장 10년 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부침에 관계 없이 세계 증시가 장기 상승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 과잉국면이 앞으로 10여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80~90년대 IT(정보기술) 관련 대규모 투자가 단행된 후 전 세계적으로 거대 설비투자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부장도 "과거 장기 상승국면에서는 수급 변화,경기 회복,밸류에이션(내재가치 대비 주가 수준) 조정이라는 3단계를 거치며 10년 이상 강세를 이어가기도 했다"며 "지금은 수급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고유가,미 금리인상,위안화 절상 등 장기 상승을 낙관하기 힘든 변수들도 적지 않다. 전병서 리서치센터장은 "유가가 70달러대로 올라서거나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4.5%를 넘어서게 되면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진단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