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오너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두산그룹은 가족회의를 통해 회장직에서 물러난 박용오 ㈜두산 명예회장이 최근동생인 박용성 회장 취임에 반발해 검찰과 모 방송사에 그룹의 경영현황을 비방하는 진성서를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형제간의 그룹 회장직 승계를 통해 가족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혀온 두산그룹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박용오 전 회장은 측근을 통해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동생인 박용성 그룹 신임 회장이 20년간 생맥주 체인점인 태맥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350억-450억원 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으로 착복했다고 주장했다. 박 신임 회장은 또 두산그룹의 경비 용역과 건물 관리업체를 통해 200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해 유용했고 분식회계 혐의도 있다고 박 전 회장은 밝혔다. 박 전회장은 박용만 두산그룹 부회장도 위장계열사를 운영하면서 두산산업개발의 주방가구 물량 및 마루 공사를 수의계약 형식으로 5년간 독식해 2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덧붙였다. 박 전회장은 이와함께 박용성 그룹 회장의 아들인 박진원 두산 인프라코어 상무가 800억원대의 외화를 밀반출하는 등 그룹 오너 가족들이 20년간 총 1천700억원의 비자금을 조직적으로 조성하고 이를 사조직 관리 및 노조탄압에 사용한데 대해 관계관의 엄정한 수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한국야구위원회(KBO)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제간에 싸움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에게 송구스럽지만 이번 그룹 회장 승계건은 막대한 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주도한 쿠데타로 원천 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은 박 전 회장이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 내용에 대해 "사실무근이며 박 전회장이 회장직 이양을 결정한 가족회의의 결과에 반발해 꾸민 것"이라며 법적 대응여부를 고려중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두산그룹은 또 임직원들에게 모럴 해저드가 발생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퇴출시킨다는 원칙을 적용해 박 전 회장에 대해 퇴출을 단행키로 가족회의에서 결정됐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형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취임한지 10년 정도 됐고 은퇴할 시기가 됐으나 금년 말로 회장직에서 은퇴하라'고 말하자 이에 반발해 자신이 지분을 0.7% 가량 보유한 두산산업개발의 계열 분리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분율이 0.7%에 불과하고 계열 분리가 선친인 박두병 초대회장의 `공동소유, 공공경영'의 원칙에 반하고 그룹 전체의 이익에도 배치되기 때문에 가족회의에서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박 명예회장 주재로 수차례 가족회의를 열었지만 박 전회장이 뜻을 굽히지 않아 그룹 회장직을 셋째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에게 이양키로 결정했고 박 전 회장이 결국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돌출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두산그룹은 박 전 회장이 현재 주위 사람들에게 회장직 이양이 동생인 박용성 회장 등이 박용곤 명예회장을 사주해 벌인 일이라고 비방을 서슴지 않고 있지만 모든 결정은 전적으로 큰형인 박용곤 명예회장의 판단을 다른 모든 가족들이 지지해 이뤄졌다고 전했다. 두산그룹은 창업 109년을 맞아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추진하기 위해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추대해 창립기념일인 다음달 1일부터 승계작업을 시작하고 박용오 회장은 ㈜두산의 명예회장을 맡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18일 발표했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수 기자 bum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