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제가 오는 12월부터 시행된다. 1961년 도입된 현행 퇴직금 제도가 40여년 만에 대변화를 맞게 된 것이다. 퇴직금은 근로자들의 노후 생활에 직결되는 만큼 퇴직연금제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하지만 제도가 다소 복잡한 데다 아직 세부적인 도입 방안이 확정되지 않아 전반적인 이해도가 떨어지고 일부 거부감도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한국경제신문사는 재정경제부 노동부 금융감독원 삼성증권 대한생명 등과 함께 20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한국형 퇴직연금제의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퇴직연금에 대한 과세는 돈을 낼 때는 공제되고 연금을 받을 때는 세금을 떼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연금을 납부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세제 혜택이 주어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퇴직연금으로 개인의 노후 보장과 금융시장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운용 성과에 따라 연금 지급액이 달라질 수 있도록 하는 확정기여형 제도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재정경제부 김낙회 소득세제과장은 20일 '한국형 퇴직연금제 활성화 방안' 컨퍼런스에서 "노후소득 확대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처럼 퇴직연금에 불입하는 금액에 대해 소득 공제하고 운용시 과세를 이연하되 최종 연금 수령단계에서만 세금을 내도록 하는 EET(Exempt-Exempt-Tax)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세율 등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달 초쯤 확정할 예정이나 기본적으로는 일시금으로 수령하지 않고 연금 형태로 나눠 받을 경우 다양한 세금 혜택을 부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연금 납부시 기업 부담분에 대한 세제 혜택도 퇴직연금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컨퍼런스 참석자들은 퇴직연금 제도는 사용자와 근로자들의 열린 자세가 제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덕희 노동부 퇴직연금추진단장은 "현행 퇴직금 제도는 40여년 전에 도입돼 변화된 사회경제적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퇴직연금제도 도입은 노·사·정 합의를 거쳐 노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준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도입 방식도 사업장 여건이나 근로자들의 선호도를 반영해 자율적으로 채택할 수 있고 지급보장 장치 마련을 정부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노사 양측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병구 삼성생명 기업연금TF팀장은 "55세에 은퇴한다고 볼 때 사망시까지 20~25년간 연금 소득이 필요하다"며 "퇴직연금을 받으면 국민연금과 합해 노후에 필요한 소득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퇴직연금 시장은 미국에서 1980~2000년 연평균 9.1%나 성장할 만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금융 분야"라며 "한국에서도 2010년에는 95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운용 성과에 따라 근로자들의 연금지급 규모가 결정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의 확산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홍무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일본에서는 노동조합의 반대 등으로 DC형 도입이 저조해 퇴직연금제 정착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950년대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미국의 경우 1980년대부터 DC형 가입이 늘어나기 시작해 1990년대 이후 대세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우리나라도 퇴직연금제 도입이 장기적인 증시 수요기반 확대로 이어져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조속히 시행령을 확정하고 중장기적으로 '자가관리형' 등 다양하고 발전된 퇴직연금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