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한국시간) 경기를 끝으로 메이저리그가 나흘간의 짧은 올스타 브레이크에 돌입했다. 코리안 메이저리거들도 하반기 재도약을 위한 달콤한 재충전의 시간을 맞았다. 지난 3년간의 부진을 털고 부활의 기치를 올렸던 맏형 박찬호(32. 텍사스 레인저스)와 시원한 홈런포로 미국 전역을 들썩이게 만든 최희섭(26. LA 다저스)은 전반기를 성공리에 마쳤다. 반면 세번째 유니폼을 갈아 입은 김병현(26. 콜로라도 로키스)과 마이너리그로 쫓겨내려갔다가 극적으로 생환한 김선우(28. 워싱턴 내셔널스), 선발 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던 서재응(28. 뉴욕 메츠) 등은 빅리그에서 자리잡기가 수월치 않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 시기였다. 이상훈(은퇴)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번째로 한국, 일본 무대를 거쳐 미국땅을 밟은 구대성(35. 뉴욕 메츠)은 '좌완 스페셜리스트'라는 보직을 떠안았으나 빅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베테랑의 위력을 100% 보여주지는 못했다. ◆4년 만에 15승 도전하는 박찬호 박찬호는 지난 6월 5일 캔자스시티와의 원정 경기에서 승을 따내며 메이저리그 진출 11년 만에 노모 히데오(탬파베이)에 이어 아시아 선수로는 두번째로 개인통산 100승의 금자탑을 쌓아올리며 한국야구사에 새 장을 열었다. 허리 부상 탓에 지난 3년간 한 번도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먹튀'논란에 휩싸였던 박찬호는 스프링캠프에서 오렐 허샤이저 코치로부터 투심 패스트볼을 전수 받고 땅볼로 타자를 잡아내는 투수로 변신했다. 4선발로 시즌을 출발한 박찬호는 지역 언론의 4월 방출설을 극복하고 첫달 3승 1패 방어율 3.86을 기록하며 부활했다. 특히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등 최고 인기팀을 연거푸 격파하며 예전의 명성이 결코 거저 얻어진 게 아님을 입증했다. 5월에도 2승을 추가한 그는 그러나 6월 2승 1패를 올렸으나 방어율 8.74로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는 혹평에 시달렸다. 그러나 7월 2일 '약속의 땅' 세이프코필드에서 시애틀을 상대로 시즌 8승째를 낚으면서 위기에서 탈출했고 2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은 케니 로저스를 대신해 후반기 팀 마운드를 이끌어갈 에이스로 떠올랐다. 전반기 성적은 8승 3패(방어율 5.46). 경기당 8점에 가까운 타선의 지원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의 페이스만 이어간다면 후반기 15승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2001년 다저스 시절 세운 15승 이후 4년 만의 도전이다. ◆거포 인정받은 최희섭 한국 대표로 12일 열리는 올스타 홈런더비에 출장하는 것만으로도 최희섭의 달라진 위상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7월 31일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LA 다저스로 이적한 뒤 홈런포를 신고하지 못했던 최희섭은 4월 14일 다저스타디움에서 마수걸이 홈런을 터뜨리며 본격적인 대포 레이스를 시작했다. 팀 월락 타격코치와 함께 하체를 고정하고 상체를 들썩이지 않는 스윙으로 폼을 교정했고 볼넷을 기다리기 보다는 홈런을 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하면서 홈런이 늘어났다. 특히 6월 11일~13일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미네소타전에서 3경기 동안 6홈런이라는 메이저리그 사상 2번째 기록을 세우며 전국적인 조명을 받았다. 폴 디포디스타 단장의 무한 신뢰 속에 주전 1루수 자리를 꿰찬 그는 플래툰시스템이라는 녹록치 않은 현실에도 불구, 13홈런을 터뜨리며 거포 본색을 드러냈다. 전반기 최종 타율은 0.236. 타점이 32개에 불과한 것과 장기였던 출루율이 0.318에 그친 것은 후반기 극복해야 할 숙제로 다가왔다. ◆어정쩡한 위상 김병현 시즌 직전 보스턴에서 콜로라도로 이적한 김병현은 마무리 경험을 살려 허약한 로키스의 뒷문을 잠글 것이라는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허리 및 발목 부상 여파에서 100%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짧은 이닝을 소화하기에는 무리였다. 승없이 3패, 두 번의 블론 세이브, 방어율 7.66이 불펜에서 올린 성적이었다. 그는 결국 6월 8일 시카고 컵스전이후부터 붙박이 선발로 나섰다. 홈구장 쿠어스필드에서는 강했으나 타선과 엇박자를 이루며 고전했으나 2승 4패 방어율 4.29로 불펜에 있을 때보다는 나았다. 최종 성적은 2승 7패 방어율 5.46. 그러나 부상 중이던 숀 차콘이 선발진에 합류하면서 그는 다시 불펜으로 내려갔다. 클린트 허들 감독은 "김병현은 선발도 불펜도 아니다"며 팀 사정에 의해 땜질 선발 또는 불펜으로 기용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부상 없이 올 한해 예전의 구위를 찾는 데 집중 할 것"이라고 말한 김병현은 일단 콜로라도 잔류 여부를 떠나 감독의 신임을 얻는 게 급선무다. 그래야 내년 시즌 두 번째로 장기 계약의 대박을 노릴 수 있다. ◆잔류가 첫 목표인 김선우 지난해 리반 에르난데스에 이어 팀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135⅔이닝을 던지며 워싱턴 마운드의 주축으로 거듭난 김선우는 그러나 프랭크 로빈슨 감독의 이유 없는 변덕 탓에 '지명할당' 처분을 당하며 어이없게 시즌을 맞았다. 울며 겨자 먹기로 마이너리그의 눈물 젖은 빵을 곱씹었던 김선우는 5월 말 다시 빅리그에 복귀했고 불펜 투수로 나서며 1승 2패 방어율 4.37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선발 로테이션 합류도 거론됐으나 텍사스에서 방출 후 워싱턴 유니폼을 입은 라이언 드리스에 밀려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불규칙한 등판 간격으로 컨디션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나 구위를 회복한다면 후반기 김선우에게 햇살이 비칠 전망. 소속팀이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어 믿을맨으로 꾸준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 영광도 따라오게 된다. ◆빅리그 복귀 임박한 서재응 '컨트롤 아티스트' 서재응은 몸값에 뒤져 5월 5일 아깝게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일본인 이시이 가즈히사와 빅터 삼브라노가 선발진에 버티는 바람에 자리가 없었던 탓이다. 그러나 두 명의 '볼넷 대왕'이 부진한 탓에 서재응이 빅리그에 올라 올 수 있는 찬스가 생겼다. 특히 이시이의 방출 여론이 서재응에게는 호재로 다가오고 있다. 다른 팀에 가면 진작 4~5선발로 활약하고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서재응은 후반기 전력 보강을 노리는 메츠의 유용한 트레이드 카드로도 꼽힌다. 3경기에서 2승 1패 방어율 2.00을 남긴 뒤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그는 1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펼치며 일관된 투구를 보여주며 빅리그 복귀 0순위 후보임을 각인시켰다. 마이너리그 성적은 7승 3패 방어율 3.19. 특히 컷 패스트볼이라는 신구종을 배워 기존의 직구, 체인지업과 함께 삼각편대를 구성하며 삼진투수로 변신했다. 탈삼진 100개로 리그 탈삼진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빅리그의 높은 벽 실감한 구대성 총액 122만 5천 달러를 받고 메츠 유니폼을 입은 구대성은 공을 숨기고 나오는 특이한 폼과 한국과 일본 무대를 거친 노하우를 인정 받아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불펜의 한 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우타자와의 승부에서 약점을 노출하며 위기에 닥치기도 했다. 25경기에 등판, 승패 없이 방어율 4.50을 기록했다. 두 번의 블론 세이브로 세이브도 없다. 그러나 5월 22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메이저리그 최고 좌완 랜디 존슨으로부터 중월 2루타를 뽑아낸 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홈까지 파고드는 허슬 플레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 후유증으로 6월 한 달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6월 중순 빅리그에 복귀했다. 또 다른 좌완 불펜인 로이스 링과 등판 경쟁을 벌이고 있는 그는 노련미를 앞세운 베테랑의 힘으로 윌리 랜돌프 감독의 신임을 되찾는 게 중요하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