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고 박성용 명예회장의 49재를 치렀다. 든든한 후원자였던 맏형을 떠나 보내는 박 회장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쓸쓸해 보였다고 한다. 전날엔 경기도 용인 인재개발원에 임원들을 불러 하반기 경영계획을 함께 구상하고 토론하는 '그룹임원 전략경영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기초가 튼튼한 그룹을 만들자"는 원론적인 얘기를 했다고 한다. 올 여름 박 회장의 최대 관심사는 물론 고유가 극복이다. 대표 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의 유류비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점은 걱정거리다. 유가 환율 등 외부 경영 여건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박 회장의 희망도 하나씩 영글어가고 있다. 세계 시장에 금호의 브랜드를 심겠다는 것."부러워만 하지 말고 삼성이나 LG처럼 해외에서 인정받는 기업이 되자"고 그가 늘 강조하는 이유다. 요즘 박 회장은 중국이 포함된 동남아 지도를 머리 속에 가끔 떠올린다. IMF 외환위기로 해외의 알짜 공장까지 팔아치워야 했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그다. 눈물을 머금고 해외 공장을 매각했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 이젠 중국 베트남 등으로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우리도 이제 뿌리를 든든하게 내린 만큼 가지와 잎을 풍성하게 하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게 회장님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이 해외 사업 확장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 회장은 하반기 중국에서 계열사들의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금호렌터카는 하반기에 500만달러를 투자,베이징에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이어 상하이 칭다오 톈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영업망을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4월 난징공장 증설을 끝내고 톈진 제2공장 착공에 들어간 금호타이어는 향후 해외 생산거점을 더 확충키로 했다. 중국 내 6개 지역에서 운수사업을 벌이고 있는 금호고속도 톈진 정저우 쿤밍 등으로 노선을 늘리고 인도 시장의 문도 두드릴 계획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최근 베트남에서도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을 제2의 중국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대형 사업을 잇따라 따내고 있는 것.박 회장은 베트남을 중국 다음이 아닌 중국과 동시에 개척해야 할 시장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노이에선 베트남 정부가 최우선 정책 과제로 추진 중인 호알락(Hoalac) 행정·주거 신도시 프로젝트 내 주거타운 건설에 참여키로 현지 업체와 지난달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경제 수도 호찌민에서도 10년 숙원이던 대규모 주상복합타운 '아시아나플라자'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사이공스퀘어'라는 재래시장이 들어선 4123평 규모의 요지에 사업비 2억4000만달러를 들여 고급 아파트(33층),호텔 및 오피스(각 21층),백화점(3층) 등 4개동을 짓는 것.금호는 1996년 사업 허가를 얻었으나 IMF 외환위기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계속 지연돼 왔다. 이와 함께 금호타이어도 베트남에 공장을 신축키로 하고 부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이어 베트남으로 박 회장의 관심 대상이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들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