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의 최대 관심사로 꼽혀온 추가 경정예산 편성이 사실상 `보류'됐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4일 오전 당정협의회에서 "현단계에서 추경편성은 시기상조"라며 "추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의견을 모은 것. 갈수록 활력을 잃어가는 경기회복세를 견인하려면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당내 의견도 대두되고 있지만 `명분'과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반대여론에 밀려난 형국이다. 무엇보다도 현단계에서 어떤 명목으로 추경을 편성할 것인지가 모호해 자칫 정부가 인위적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소지가 있다는게 우리당의 우려다. 물론 부실 벤처지원으로 파탄위기에 놓인 기술신용보증기금에 최소 5천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지원해야할 필요성이 있지만 추경편성의 `동력'으로 삼기에는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높다. 우리당 관계자는 "태풍피해를 복구한다면 모르겠지만 현단계에서는 국민적 공감대와 여론의 지지를 받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추경의 `약효'도 의문시된다. 우리나라 경제규모에서 추경 몇조원으로 경기를 띄워주는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원내전략을 의식해야 하는 우리당으로서는 더더욱 추경논의가 여의치 못하다.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 해임안 부결이후 냉랭해진 여야관계에서는 추경논의가 도저히 `먹힐' 분위기가 아니라는게 원내 지도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추경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경제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드러나자 우리당 내에서는 위기감이 서서히 싹트는 분위기다. 정부는 이날 당정협의회에 올해 경제성장률을 5%에서 4%대로 하향조정하고 일자리 창출 목표를 40만개에서 30만개로 낮추겠다고 보고했다. 우리당으로서는 그렇찮아도 국정지지도가 10%대로 주저앉은 마당에 경제마저 흔들린다면 국정운영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특히 강남과 분당 등의 집값 폭등으로 서민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상황에서 경기회복이 차일피일 늦어지는 것은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치러야하는 우리당에 상당한 악재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꼭 비관적으로 볼 것은 아니지만 경기회복세가 예상외로 더뎌지고 있어 큰 문제"라며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의 발표대로 공공부문 재정지출이 확대되면 하반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일부 나오고 있지만 우리당 내부에서는 정부의 주장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는 시각이 많다. 우리당 관계자는 "최근 몇년새 상반기만 되면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된다고 하는데,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다"며 "근거없는 낙관론이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킬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3%대로 까지 주저앉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도 나오고있다. 이처럼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일정한 `계기'가 마련되면 추경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당내 의견이 급속히 쏠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