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차기 대권구도가 다각화되고 있다. 당초 여권의 차기경쟁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2파전으로 좁혀지는 듯 했으나 이해찬 총리가 실세총리로 자리매김하면서 대권반열에 오른 데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천정배 전 원내대표가 법무장관으로 발탁돼 제4의 예비후보로 떠오른 것이다. 가장 큰 특징은 여권의 차기 예비주자들이 모두 내각에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대권 경쟁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동시에 대권후보군을 내각에 패키지로 묶어둠으로써 후보간 과열경쟁에 따른 조기 레임덕을 차단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전략적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최근 당원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당내 개혁파와 실용파 양대축을 대표하는 김근태·정동영 장관의 당 조기 복귀에 쐐기를 박은 것도 맥을 같이한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대권관리 구상에 따라 앞으로도 예비주자는 더 늘어날 개연성이 크다. 특히 노 대통령이 지역구도 타파를 지상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주자군이 전북(정동영) 전남(천정배) 충남(이해찬) 서울(김근태) 등 서울과 호남 충청지역에 치우쳐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영남인사들의 내각 진출과 차기주자군 합류가 예상된다. 대표적인 인물은 김혁규 상임중앙위원이다. 김 상임위원은 한때 노 대통령에 의해 총리로 기용되기 일보직전까지 갔다가 한나라당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어 여전히 총리 후보 1순위로 올라있다. 여권 주변에서는 다음 개각 때 김 위원에게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김 위원은 자연스레 대권주자 반열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당 지도부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장관을 정무특보로 기용한 것도 '김두관 카드'를 살려놓겠다는 의지표현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후보 다각화는 당내 역학구도에도 상당한 변화를 예고한다. 그간 정동영 장관의 실용파와 김근태 장관의 개혁파로 양분됐던 당 세력판도가 지역과 노선,노·소장파,개인적 친소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소계파로 핵분열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4·30 재·보선 패배와 지지도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는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나아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시 '7용(龍)'이 각축을 벌여 성공했듯이 2007년 대선 예비전의 '흥행'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