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원 스포츠의 고질병인 구타를 뿌리뽑기 위해 운동 선수의 권리를 선언적으로 규정한 `선수 인권 보호규정'을 마련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의 고은하(35) 박사는 22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주최로 열린 정책 토론회에 참가, 구타 근절을 위해 법.제도적 방안으로 이같은 구상을 발표했다. 고 박사는 "선수들이 구타에 노출돼 있음에도 예상외로 가해자인 감독.코치나 선배들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 것에 놀랐다. 구타의 관행화로 때리는 사람과 맞는 사람이 무감각해졌기 때문"이라며 학교 체육에 만연한 구타 실태를 고발했다. 고 박사가 실제로 심층 면접한 44명(선수 30명, 학부모 5명, 지도자 9명)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서도 학교 폭력이 위험 수위에 도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사 결과, 면접에 응한 선수 전원이 구타를 경험했고 학부모도 1명을 제외한 4명이 자녀의 구타 경험담을 대신 전했다. 구타는 주로 운동장과 체육관 등 훈련이 이뤄지는 장소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경기가 진행 중이거나 하프 타임, 경기 후 등 때를 가리지 않았으며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지도자의 무차별적 체벌이 주를 이뤘다는 게 고 박사의 전언. 그는 이런 인권의 `사각지대'에 무방비로 노출된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한체육회와 가맹 경기단체 주도로 선수인권 보호 규정을 마련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도 함께 담을 것을 제안했다. 또 규정을 위반한 지도자에 대해서는 경기 출장 정지와 자격 정지, 삼진 아웃제를 통한 자격 박탈 등 단계적이고 강력한 징계 조치를 병행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선수 인권보호 규정 이행을 위한 체육회 내 상설 감독기구 설치와 구타 실태 감시를 위한 민간 감시단 구성도 제안했다. 고은하 박사는 "구타 가해자가 누구인지보다 왜 구타가 발행하는 지 맥락을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하다. 지도자 교육과 함께 학부모와 선수들에게 스포츠 현장의 권리를 주지시키는 한편 민주적이고 과학적인 훈련방법으로 경기력을 높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체육계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고 박사와 나영일 서울대 체육학과 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 안민석 열린우리당 의원, 조용남 문화관광부 체육국장 등의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