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강원도 철원군 대마리에서 발각된 북한군 초급병사 리영수(20)는 경계병이 배치되어 있지 않은 예비초소 인근 3중 철책을 통과해 월남한 것으로 밝혀져 최전방 경계근무의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 19일 합동참모본부 발표에 따르면 리 초급병사는 지난 13일 오전 8시 30분께 철원군 대마리 인근 최전방 철책 중 최북단 철책은 물이 흐르는 철책 하단부의 돌을 파내고 통과했으며, 중간 철책은 경계병들이 출입하기 위해 설치됐으나 지금은 사용하지 않은 철문 틈으로 이용해 통과했다. 또 남쪽 철책은 철책을 지탱하고 있는 지주(철기둥)를 타고 올라가 철책을 뛰어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 검열관 10명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5사단 철책 경계근무자들은 주간에 감시 및 순찰, 철책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안개가 끼거나 비가 올 때 초소를 늘려 경계감시를 강화토록 한 지침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철책선 경계근무의 허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전방 및 후방지역 주시 위주의 감시방법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주간에 초소간 간격을 줄이도록 한 지침도 시행되지 않았다. 리 초급병사가 통과한 지점 인근에는 초소 두 곳이 설치돼 있으나 각각 150, 250m 떨어져 속수무책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합참은 해당 부대가 폐쇄회로(CC)TV와 열감지기 등을 자체 제작해 설치하고 상황병 1명에게 이들 감시장비 관측 임무를 부여했으며, 철책 하단부 침투방지용 철근을 보강하지 않고 소통문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육군은 해당 부대 박모 사단장(소장)과 연대장은 지휘책임을, 대대장 이하 관련자들은 경계소홀 책임을 물어 엄중 문책할 방침이다. 육군은 향후 철책 인근 경계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초소를 추가로 설치하고 경계장비를 추가로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해 10월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철책선 절단 사건후 내놓았던 과학화 감시장비 및 첨단 경보체제 도입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리 초급병사는 지난 2002년 3월 입대한 뒤 강원도 평강군 5군단 예하 122mm 방사포대대 포수로 복무하다가 지난 12일 오전 8시께 땔감용 나무를 하러 간다고 속이고 부대를 이탈했다. 그는 같은 달 오후 8시께 고압 전류가 흐르는 북한군의 북방철책선 하단부를 통과하고 2시간 뒤에는 우리 군 철책 전방 300m 전방까지 이동해 하룻밤을 지냈다. 그는 13일 오전 8시 30분 철책을 통과한 뒤부터 발각된 17일까지 대마리 일대 주차차량과 창고 등에서 현금과 음식물을 가져와 먹었으며, 폐양계장과 화물차안에서 잠을 자다가 주민에게 발각됐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이귀원 기자 threek@yna.co.kr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