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6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구속함에 따라 신병을 안정적으로 확보, 수사에 탄력을 받게 됐다. 검찰은 수사 초기에 분식회계, 사기대출, 외환도피 등 기존 수배혐의 조사에 주력하고 이후 여타 고발사건이나 정ㆍ관계 로비의혹, 회사 재산의 개인유용, 출국배경 등 각종 의혹을 풀어나갈 방침이다. ■수사 50여일 걸릴 듯= 검찰은 김씨 조사기간을 대략 50일로 잡고 있으며 구속후 첫 20일은 41조원 분식회계, 10조원 사기대출, 200억달러 외환도피 등 기존의 수배 혐의 조사에 진력할 예정이다. 항간에서는 이미 기소된 전직 대우경영진의 사건에서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까지 나왔는데 20일이나 소요되느냐며 의아해 하는 시각도 있지만 검찰은 사실관계 확인작업만도 이 기간으로는 벅차다는 입장이다. 분식회계만 놓고봐도 ㈜대우, 대우차, 대우중공업, 대우전자 등 굵직굵직한 4개 기업이 관련돼 있고 관련 임직원의 진술과 증거를 바탕으로 일일이 김씨의 진술을 받아놔야 한다. 대우 관련 수사기록이 1t 트럭 분량이라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조사할 분량에 비해 혐의 확인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지금까지 김씨가 사실관계를 대체로 시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관계는 김씨가 대부분 시인하고 있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도 `임직원이 그렇게 진술했다면 맞을 것이다'며 대체로 관련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씨는 분식회계나 사기대출, 외환도피 등 규모와 용어에 대해 일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1조원의 분식회계 규모는 2개 회계연도를 합친 것이어서 중복된 부분이 있고 허위 재무제표에 의한 사기대출은 당시 다른 기업들도 공공연히 행한 관행이었다는 것. 외환도피 역시 적법한 신고 없이 자금이 사용됐다는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도피'라는 용어가 풍기는 것처럼 이 돈을 개인적 치부를 위해 해외로 빼돌렸다는 식으로 봐선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부분 수사가 종료되면 김씨를 구속기소한 뒤 30일 가량의 기간을 잡고 정치자금법 위반 및 독점규제법 위반,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 조사로 넘어갈 계획이다. 정치자금법 위반이란 대우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2001년 기소된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과 이재명 전 민주당 의원 사건에서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 독점규제법 위반은 계열사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을 받은 사건을 말한다. 문제는 검찰이 정ㆍ관계 로비의혹, BFC 자금의 용처 및 회사자금의 개인유용, 출국배경, 도피행각 등 숱한 의혹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하는 점. 검찰은 되도록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한 번씩은 짚고 넘어갈 방침이지만 수사 의지와 별개로 공소시효 만료, 금융자료 보관시효 만료, 해외 계좌추적의 어려움 등 수사상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닌게 현실이다. 특히 이들 의혹은 검찰이 옴쭉달싹할 수 없는 증거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김씨가 자진해서 입을 열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워 검찰로서는 일정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2001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조사시 프랑스 포도농장 구입 등 김씨의 개인유용 의혹이 구체화됐고 BFC 자금흐름 중에서도 명쾌하게 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적지 않아 검찰이 수사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다음달 5일께 기소= 검찰은 이날 10일짜리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지만 구속 재연장을 통해 기소시점까지 20일간의 시간을 확보한 뒤 구속시한이 만료되는 다음달 5일께 김씨를 구속기소할 예정이다. 이 경우 이르면 다음달 중순께 김씨에 대한 첫 재판이 시작되겠지만 검찰은 기소 후에도 30일 가량 수사를 더 진행한다는 계획이어서 혐의가 드러날 경우 김씨가 추가기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검찰은 추가기소가 이뤄질 때까지 재판의 진행을 연기할 수도 있어 본격적인 법정 공방은 다소 미뤄질 개연성도 있다. 그러나 김씨가 법정에서도 지금처럼 관련혐의를 대체로 시인하면 전직 대우경영진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까지 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재판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2∼3달 내에 1심 선고가 이뤄질 수도 있어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