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이 고객의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인터넷뱅킹 사고가 터졌다면 은행이 전액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2부(한위수 부장판사)는 14일 예금주가 아닌 사람에게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제공한 은행측 실수로 1억5천만원의 예금을 털린 서모(55)씨가 H은행을 상대로 낸 예금반환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은행은 서씨에게 예금 전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은행은 인터넷뱅킹 신청을 받을 때 고객이 제출한 신분증·인감과 은행에 보관돼 있는 신분증 사본 및 인감을 비교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은행이 이 의무를 다하지 못한 만큼 예금 전액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은행은 신분증의 사진과 얼굴을 비교하는 등 자체 업무편람에 따른 본인확인 절차를 모두 마쳤다고 주장하지만 업무편람은 은행의 대내적인 업무처리 방법을 정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설사 서씨가 예금유치실적이 부족해 퇴출당할 처지에 놓인 직원의 부탁을 받아 15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예금을 하는 `저축관련 부정행위죄'를 저질렀더라도 이를 예금 부당인출 사건과 연관지을 수는 없는 만큼 원고의 청구를 기각해 달라는 은행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씨는 2003년 12월 H은행에 자유저축예금계좌를 개설한 후 1억5천만원을 입금했으나 은행원이 위조신분증을 제시한 사람에게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등록해 주면서 입금액이 몰래 인출되자 은행을 상대로 예금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