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을 넘어 방콕으로.' 우즈베키스탄.쿠웨이트로 이어지는 '죽음의 원정'을 떠난 본프레레호에 이어 벼랑끝 위기에 몰린 북한축구대표팀도 실낱같은 희망을 기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험난한 여정에 돌입했다. 현재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에서 3패(득 2, 실 6)로 이란(2승1무.승점 7), 일본(2승1패.승점 6), 바레인(1승1무1패.승점 4)에 이어 최하위에 처져 있는 북한은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겨야만 본선 진출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 북한은 3일 밤 11시35분(이하 한국시간)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난적 이란과 4차전을 치른 뒤 오는 8일 저녁 7시35분 태국 방콕 수파찰라사이 국립경기장에서 일본과 '제3국 무관중 경기'를 갖는다. 북한은 지난 3월30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홈 경기에서 초반 6만 관중의 성원을 등에 업고 파상공세를 폈으나 이란의 역습에 휘말려 메흐디 마흐다비키아, 자바드 네쿠남에게 연속골을 허용해 0-2로 분루를 삼켰다. 특히 이 경기에서 일어난 관중 항의로 북한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제3국 무관중 경기 처분을 받아 한차례 남아있던 일본전 홈 경기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바히드 하셰미안의 대활약으로 일본을 꺾고 조 1위로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이란은 이번 예선전을 앞두고 지난달 29일 치른 아제르바이잔과의 평가전에서 분데스리가 카이저스라우테른 소속의 미드필더 페리둔 잔디와 네쿠남의 골로 편안한 2-0 승리를 거두며 전력 상승세를 확인했다. 객관적인 전력과 원정의 불리함을 감안할 때 북한의 승리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북한대표팀 특유의 강철체력과 정신력으로 무장한다면 이변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북한은 FIFA의 징계 처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4일부터 해발 1천800m의 고지훈련 메카 중국 쿤밍에서 극비 담금질을 실시해 테헤란 원정에 대비했다. 지난해 김호곤 감독이 이끌던 한국올림픽대표팀도 쿤밍 전지훈련 직후 올림픽행 최대 고비였던 테헤란 고지 원정에 나서 이란올림픽팀을 1-0으로 꺾는 성과를 올린 바 있다. 북한대표팀은 항간에 떠돌던 보이콧 소문을 일축하면서 "비록 초반 3경기에 졌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맹훈련을 했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특히 윤정수 감독이 이끄는 북한은 20대 초반의 '젊은 피'를 무려 7명이나 새롭게 합류시켜 패기의 공격축구로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쿤밍 훈련에서 리배훈(20), 리혁환(20), 김명길(21), 박철진(20), 차정혁(20) 등 신예 선수들은 침체에 빠진 북한축구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 덕분에 2주 간의 전훈 기간에 가진 중국 1부리그 후난과의 평가전에서 4-2 승리를 거두며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윤 감독은 또 일본프로축구(J리그)에서 뛰는 안영학(27.나고야)과 리한재(22.히로시마)를 긴급 호출해 국제무대 경험이 부족한 신예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게 했다. 북한은 만일 테헤란 원정에서 기대했던 성과를 올리지 못하더라도 8일 방콕에서 열리는 일본전 만큼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FIFA의 빅 스폰서인 일본의 전방위 로비 속에 제3국 무관중 경기 처분이 내려진 만큼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와 관계없이 보란듯이 일본을 꺾어 홈 이점을 빼앗긴 설욕을 해야한다는 것. 북한은 지난 2월9일 사이타마에서 열린 일본과의 1차전에서 후반 인저리타임 오구로 마사시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해 분패했지만 경기 내용 면에서 대등한 공방을 펼쳐 2차전 선전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