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은 "앞으로 개별기업가가 '경제도메인'으로서 세계를 주도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제품의 맞춤화 시대가 지나가고 국경을 초월해 인력의 아웃소싱이 활발해지는 등 인재의 대량 맞춤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나이스빗은 2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 디지털 포럼 2005' 마지막날 특별강연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나이스빗의 특강을 요약한다. 세계화는 보다 높은 수준에서 다시 편성돼야 한다. 그것은 비집중화 또는 분산화다. 분산화는 기술의 발달에 따라 가능해졌고 개인 단위까지 진전되고 있다. 수백만명의 개인이 상호 작용하면서 경제도메인이라는 단위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는 더 이상 200여개 국가로 이뤄진 집합체가 아니다. 이탈리아 중국 멕시코는 국가가 아니라 '경제도메인'이나 '섹터'라고 봐야 한다. 지리적 구분에서 경제에 의한 구분으로 바뀌고 있다. 앞으로는 국가별 국내총생산(GDP)을 산출하는 게 불가능해질 것이다. 각국 기업이 세계 여러곳에 퍼져있어 앞으로는 세계총생산(GWP)만 집계가 가능할 것이다. 도메인이란 개념은 어려운 게 아니다. 전화시스템이 하나의 모델이다. 20억개 이상의 전화기가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수많은 전화 중에 우리가 사용할 만한 우리만의 도메인을 만든다. 도메인이 주도하는 세상에서는 기업 브랜드가 중요해진다. 또 제품의 원산지 표시는 없어진다. 도메인은 자급자족이 가능한 개체라고 보면 된다. 개인이나 기업,제도나 기관이 될 수 있다. 노키아나 삼성전자도 도메인이다. 개인사업자 1명도 도메인이 될 수 있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작은 도메인이 보다 많은 힘을 발휘하고 큰 도메인은 점점 분산화될 것이다. 실제로 오늘날 대기업은 분산화하는 추세다. GE는 최고경영자(CEO)가 8명이고,존슨앤드존슨은 200여명이나 된다. 200개의 작은 회사가 있는 것처럼 활동하고 있다. 작고 발빠르게 움직이는 회사들,작은 소규모 집단으로 개편하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는다. 스페인의 레알마드리드는 몇년 전 최강의 축구팀이었다. 당시 스페인 선수는 2명밖에 없었다. 유럽축구팀은 대부분 외국 선수가 훨씬 많다. 아웃소싱을 대규모로 활용한 것이다. 이처럼 앞으로는 인재의 대량 맞춤시대가 될 것이다. 필요로 하는 인재가 있으면 국적 불문하고 등용하는 시대다. 소니는 일본어도 모르고 일본에서 근무하지도 않은 미국인 하워드 스프링어에게 CEO를 맡기지 않았는가. 축구선수뿐만 아니라 엔지니어 의사 디자이너 행정담당자들도 아웃소싱해야 한다. 세계가 도메인으로 분산되는 시대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교육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였던 한국이 강한 글로벌 경제를 만들어낸 것도 교육을 중시하는 문화에 힘입은 것이다. 교육은 도메인 중심의 세상에서 성공의 기반이다. 결론적으로 세계화와 분산화는 좀 더 높은 수준으로 진전되고 있다. GDP가 아니라 GWP로,제품의 맞춤화가 아닌 인재의 대량 맞춤시대로,국가 단위에서 경제도메인 단위로 세계의 중심이 변화하고 있다. 경제도메인 시대를 주도하는 사람은 개별기업가다.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방향은 잡혔다고 본다. 최명수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