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강온 양면 정책 구사로 세계보건기구(WHO) 옵서버 가입이 9년째 무산된 대만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7일 대만 언론 매체들에 따르면 대만의 WHO 옵서버 가입을 돕겠다고 대외적으로 약속한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며 대만의 WHO 옵서버 가입을 원천 봉쇄했다. 대만의 가입이 좌절된 것은 지난 15일(제네바 현지 시간) 중국이 이종욱 WHO 사무총장과 대만을 중국의 일개 성으로 간주하는 '타이완, 차이나(Taiwan, China)'로 명시하고, WHO 관련 통보는 모두 중국의 동의를 거친 후 대만으로 보내도록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양해각서에는 중국 위생부와 WHO가 대만-WHO간 전문가 기술교류를 지원하는 내용도 담겨 있으며 중국 대표는 16일 총회에서 이를 근거로 중국이 진심으로 대만 동포들의 관심사와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와 동시에 양안질서도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중국의 주장은 대다수 각국 대표의 지지를 얻었다. 이와관련 사쭈캉(沙祖康) 주 유엔 제네바 유럽본부 중국 대사는 이번 양해각서는 중국이 양안 문제와 관련해 국제 기구와 맺은 첫번째 사례라고 밝혔다. 또 가오창(高强) 중국 대표는 "WHO는 세계 인류의 보건기구로 양안 관계 토론 자리가 아니다"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있는 중국은 WHO 사무처와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이는 WHO의 양안 문제를 처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WHO 회원국이나 준회원국 자격이 없고 WHO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WHA(세계보건총회) 옵서버로도 참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만 외교부는 이에대해 "중국은 여러 차례 대만 가입 지지 의사를 밝혀 놓고 대만의 국격을 낮추는 이런 행동을 했다"고 비난했다 WHO 가입이 좌절되자 대만 집권 민진당은 "중국은 정치 사기 집단"이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선데 반해 국민당과 친민당 등 야권은 "외교부가 정치 조작으로 롄잔(連戰) 국민당 주석과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주석의 방중 성과를 부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뤼슈롄(呂秀蓮) 대만 부총통은 "야당 주석들의 중국 방문 후 평화가 오는 듯 했지만 허상이라는 것이 판명났다"면서 "롄잔은 제네바를 방문하고, 쑹추위는 베이징을 재방문해 중국의 약속 이행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이와 관련, 롄 주석은 "중국이 대만을 '타이완, 차이나'로 낮춘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서 "정부는 정치적인 조작과 소모적인 정쟁은 그만두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만 언론들은 중국이 지난 8년간 대만의 WHO 가입을 거부, 대만 정부로 부터 "융통성 없이 무조건 반대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오다 이번 총회에서는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대외적으로 대만을 돕겠다고 밝히는 등 양면 정책을 사용, 양안 문제를 잘 모르는 국제 사회에 마치 대만이 중국의 도움을 거절하는 것으로 비쳐지게 했다고 분석했다. (타이베이=연합뉴스) 필수연 통신원 abbey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