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의 지도자'로 불리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마크툼 왕자는 해외투자에 적극적인 대표적인 석유재벌로 꼽힌다.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7성호텔 '브루즈 알 아랍'의 소유자인 그는 작년 10월 투자전문회사인 'DIC'를 설립,다임러 크라이슬러에 10억달러를 투자해 3대주주가 됐다. 또 영국 등에서 밀랍인형 박물관인 '마담 투소'를 운영하는 '투소 그룹'을 14억달러를 들여 매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두바이홀딩스'를 통해 북아프리카 튀니지에 부동산 개발 등을 목적으로 3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두바이홀딩스가 영국의 명문 프로축구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9억파운드(1조7000억원 상당)에 인수할 것이란 소문까지 나돌 정도여서 셰이크 모하메드 왕자는 아랍권의 새로운 '큰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셰이크 모하메드 왕자의 사촌으로 부동산개발이 주력사업인 '와피그룹'의 회장 셰이크 마나 빈 칼리파 알 마크툼도 관심 인물이다. 그는 최근 두바이에 피라미드 모양의 최고급 호텔 복합단지를 건설하기 위해 1억4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씨티그룹과 유로디즈니의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투자사업에 관한 한 선두주자로 꼽힌다. 세계 4위의 부자로 평가되는 그는 UAE 마크툼 가문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을 정도다. 알 왈리드 왕자는 파리의 '조지Ⅴ'호텔을 인수한 데 이어 영국 은행인 HBOS 등과 공동으로 호텔업체인 사보이 그룹 인수를 추진하는 등 최근 들어 호텔사업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러시아 최대 부자이자 석유회사 시브네프트의 대주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축구 왕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잉글랜드 신흥명문 프로축구 클럽인 첼시를 사들인 데 이어 이스라엘 축구 클럽인 하포엘 텔아비브 인수도 추진 중이다. 그는 이미 러시아의 CSKA모스크바,거스 히딩크가 감독으로 있는 네덜란드의 PSV아인트호벤,브라질의 코린티안스 등과 후원 계약을 맺고 있기도 하다. 최근 석유재벌들의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투자시장과 대상을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 일변도에서 아시아?아프리카 등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두바이 경제개발부 장관이자 부동산 개발회사인 '이마르'의 회장인 모하메드 알라바는 인도에 복합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5억달러가 투자될 이 사업을 승인했다. 이마르는 인도의 MGF(3억3000만달러 투자)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마르는 또 이집트에도 주거도시 건설을 위해 20억달러를 투자키로 하는 등 아프리카 시장도 넘보고 있다. 기존 산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아랍권에서도 높은 국민소득을 자랑하는 카타르는 앞으로 5년간 100억달러를 투자해 자국 내 석유화학 산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카타르 석유회사의 하마드 라시드 알 모한나디 부회장은 "석유 생산지 인근에 석유화학단지를 세우면 수송비 등을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배경으로 정부가 앞장서서 투자 전문회사를 만드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오만과 카타르는 최근 자본금 7억8000만달러 규모의 전문 투자회사를 설립키로 했다. 양국 정부는 각각 20%의 지분을 갖고 나머지 60%는 두 나라 민간기업들이 출자토록 했다. 모건스탠리의 중동지역 담당자인 자밀 아크라스는 "아랍 석유재벌들은 짧은 시간 안에 투자수익을 회수하려는 사모펀드 등과는 달리 장기 투자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우량한 투자자"라고 평가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