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4.30 재보선에서 `전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게 되자 여권내 전략통들은 충격 속에서도 재보선 참패의 원인에 대해 여러가지 분석을 쏟아냈다. 당내 전략통들은 우리당이 국회의원 선거를 포함해 재보선 23곳 가운데 단 한곳에서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을 놓고 전략적인 고민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재보선 패인에 대해서는 일치된 견해를 제시하지 못한채 의견이 분분했다. 재보선 완패의 진단이 제각각인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올바른 처방전이 무엇인가를 놓고 당내의 심각한 진통이 예상된다. 당직자들이 내놓은 주요 패인은 ▲기간당원제와 전략공천의 괴리 ▲당의 체계적인 선거전략 미비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에 대한 `대항마' 부재 ▲강고한 지역주의의 벽 등으로 정리된다. 기획위원장을 지낸 민병두 의원은 "당이 여론조사도 제대로 분석못하는 등 과학적인 시스템이 부족했다"며 "선거 막바지 중앙당에서는 지도부가 어디로 지원유세를 가야할 지도 정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재야파의 전략통인 이인영(李仁榮) 의원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누를 대항마가 필요했다"며 "이를 위해서는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동영(鄭東泳) 장관 등 대권주자들이 당에 조기복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혁당파 출신인 유기홍(柳基洪) 의원은 "박근혜 대표가 선거 막판 영천지역에 `올인'하면서 구태의 지역주의가 작동했다"고 분석, 패인을 외부에서 찾았다. 지도부가 전략공천 등을 통해 기간당원제와 상향식 공천 원칙을 무너트렸고 개혁 노선의 부재로 참패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개혁당파인 이광철(李光喆) 의원은 "재보선 과정에서 개혁과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상향식 공천의 파기, 돈봉투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순간의 이익을 생각하는 짧은 수가 재보선에서 통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재야파의 정봉주(鄭鳳株) 의원은 "현 지도부가 실용주의로 당선됐다 하더라도 개혁의 깃발을 형성해야 하고 실용노선을 수정하지 않으면 우리당이 불행해진다"며 "개혁입법 전선을 형성해 한나라당과 정면으로 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부겸(金富謙) 원내 수석부대표는 "우리당이 개혁을 못해 재보선에서 참패했다는 주장은 억지"라며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우리당보다 더 개혁적이라서 완승한거냐"고 반문했다. 임종석(任鍾晳) 의원은 "선거결과를 두고 정체성 공방으로 가서는 안된다"며 "결국 큰 폭의 지분을 양보하더라도 (다른 당과의) 연합 구도를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전략적 고민이 없다면 이 구도로는 어떤 선거에서도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인적책임론에 대해서는 대부분 신중한 접근 태도를 취했다. 이인영 의원은 "나는 개혁주의자이지만 현 지도부가 실용주의를 통해 대중으로부터 비판이나 평가를 받기에는 지도부의 재임기간이 너무 짧다"고 말했다. 한편 여권내 전략통들은 재보선 선거기간 야당이 `참여정부의 권력형 비리사건'이라며 대대적인 공세를 취했던 `오일게이트'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중앙당 조직국 관계자는 "재보선이다보니 지역개발 현안이 주요 관심사였고 오일게이트는 선거현장에서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며 "오일게이트로 인한 민심의 이반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여권의 대체적 시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