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 재.보선 이후 열린우리당은 `원폭투하'에 버금가는 극심한 후폭풍을 겪을 전망이다. 국회의원 재선거가 실시된 6개 지역 가운데 4개 지역 이상에서 승리해 과반의석에 복귀하겠다는 당초 목표는 고사하고, 국회의원 지역을 비롯해 기초단체장 7곳 중단 한 군데에서도 승리하지 못하는 충격적인 참패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우리당은 정당공천이 이뤄진 광역의원 선거 단 1곳에서만 승리함으로써 너무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 이에 따라 당장 이번 선거전을 총지휘한 문희상(文喜相) 의장은 후폭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전병헌(田炳憲) 대변인은 1일 지도부 책임론과 관련, "현 지도부가 취임한 지 한달만이고 공천과 무관하지만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으면 통렬한 반성과 함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의장도 개표직후 긴급 상임중앙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에게 "안타깝고 아쉽다"며 "조만간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문 의장이 우리당의 `선장'으로 선출된지 한 달도 채 안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선거 패배를 곧바로 지도부의 책임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또한 이번 선거과정에서 우리당에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한 돈봉투 살포 논란과 당선 우선주의에 따른 후보교체 논란은 모두 문 의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부분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는 누구에게라도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어서 어떤 형태로든 이번 선거의 책임을 따지고 넘어가는 `정치적 행위'가 뒤따를 것으로 점쳐진다. 또 행정수도 건설 추진 이후 우리당이 사실상의 `텃밭'으로 간주됐던 충남의 공주.연기와 아산에서 실시된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모두 패배한 것은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의 충청표심과 `함수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우리당은 전략수정을 강요받게 될 전망이다. 우리당은 수도권인 성남 중원과 연천.포천 두 곳에서도 참패를 면치 못했다. 특히 우리당이 국회의 비정규직법 통과를 위해 연일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성남중원에서는 조성준(趙誠俊)후보가 민주노동당 후보에게도 밀려 3위로 주저앉는 등 여당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특히 이번 선거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난해 탄핵 이후 최고점인 50%를 상회하는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가운데 실시됐기 때문에 우리당의 참패는 결국 온전히 우리당의 책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향후 우리당은 상당기간 극심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지난 4.2 전당대회 이후 잠복한 당내 `실용주의 대 개혁노선' 논란이 조만간 재개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몸을 낮췄던 당내 개혁파들이 이번 선거에서 우리당이 패배한 원인을 당의 `잘못된' 노선 탓으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역시 문 의장이 기치로 내건 실용주의가 개혁파들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保)-혁(革) 갈등을 촉발시킬 `인화성'이 높은 과거사법 등 3개 쟁점법안이 아직 처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우리당의 노선투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문 의장을 포함한 당 지도부 전원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경우 정동영(鄭東泳) 통일부장관과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장관에 대한 `조기 원내복귀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우리당이 오는 10월 실시될 국회의원 재보선과 내년 5월 실시될 지방선거에서 다시 패배를 당하지 않으려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2인의 조기복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대 계파를 이끌고 있는 두 장관의 조기복귀는 차기 대권을 둘러싼 당내 계파간 갈등을 고조시킨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독(毒)'이 될 수도 있는 처방이다. 문 의장의 `줄탁동기론'(세상일에는 때가 있다는 뜻의 고사성어)으로 수면 밑에 가라앉은 민주당과의 통합론이 이번 선거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재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의 통합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당내 세력이 적지 않기 때문에 통합론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경우 우리당은 찬반논란으로 인한 진통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