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이 20일 현대건설 인수 의사를 내비침에 따라 그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수차례 거론되기는 했지만 고위 관계자가 공개된 자리에서 직접 밝힌 것은 처음이다. 현대그룹측은 이날 김 부회장의 발언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인수 여부를 전혀 검토하지 않았으며 그럴만한 자금 여력도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장에서도 현대아산을 포함한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가능성에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현대그룹측도 밝히고 있지만 우선 막대한 인수 자금이 걸림돌이다. 현대건설은 현재 시가총액만 2조원이 넘어 이중 절반인 50%의 지분만 인수한다하더라도 1조원이 필요하고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면 최소 1조5천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하지만 김윤규 사장은 5천억원 정도면 인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채권단 지분중 25% 정도만 인수해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가치도 고려하지 않아 시장이 추산하는 금액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설사 그만한 돈으로 인수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자금 조달 방법도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윤규 부회장은 "1조5천억원에 달하는 대북사업권의 일부를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1조5천억원은 현대가 북측에 건설한 기반시설과 북측에 지급한 관광대가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하지만 현대아산의 대북 투자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그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고 있는데다 대북사업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를 인수할 곳이 나타날 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부실로 인해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현대건설이 다시 현대그룹으로 돌아간다는데 대해 주주 및 시장이 부정적으로 바라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설사 현대아산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현대건설을 인수한다하더라도 부실한 기업을 공적자금이 투입해 살려놨는데 이를 다시 원 주인에게 돌려준다는데 대해 모럴헤저드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가 안팎에서도 이번 사안은 현대건설 사장을 지내고 정주영 명예회장에 대한 향수가 강한 김 부회장의 개인적인 소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현대가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전신이 현대건설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건설을 되찾고 싶은 꿈이 있는 것은 사실이며 누구보다 그런 욕구가 큰 김 부회장이 개인적인 소망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룹에서도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도 "그동안 현대그룹에서 건설을 인수하고 싶다는 얘기는 많이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윤종석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