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으로 촉발된 중국 내 반일 시위가 격화되면서 중·일간 무역거래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이번 중·일 마찰은 동아시아 지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경고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중국에서 일본상품 불매 운동이 본격화되고 현지 일본기업에 대한 폭력이 거세지면서 중국의 경제성장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의 경기 회복에 큰 차질이 빚어질지 모른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의 윌리엄 페섹 칼럼니스트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은 중국에 진출한 1만6천여개 일본 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의 앤디 시에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급증하고 있는 무역거래 규모를 감안할 때 지금의 반일 시위는 두 나라 모두에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내 반일시위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 이후 베이징 광저우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일본 대사관과 일본 식당 등에 돌을 던지거나 일제 자동차와 일본상품 광고판을 파손하는 등 연일 반일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9일에는 베이징에서만 무려 2만명의 중국인들이 반일 가두행진에 참여,지난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를 벌였다. 이처럼 중국 내 반일 시위가 폭력사태로 이어지면서 일본 기업들은 일시적으로 문을 닫거나 상점 진열대에서 일본 제품들을 치우는 등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유통업체인 이온 그룹은 지난 10일부터 중국 내 매장 영업을 일시 중단했다. 아사히 맥주는 베이징 교외의 일부 소매점과 1천2백여개 점포를 거느리고 있는 한 대형 슈퍼마켓이 자사 제품을 매장에서 없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비상조치에 돌입했다. 히타치는 베이징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주말동안 외출을 삼가라는 지시를 내렸으며,소니는 외출할 때 회사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지 못하게 했다. 마쓰시타 전기는 중국 출장 인력과 기간을 최소화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