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존 볼튼 유엔대사 지명자는 11일(현지시간) 북한 핵문제와 관련, "유엔 안보리(회부)가 가능성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북한 뿐 아니라 대량살상무기(WMD)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는 다른 나라들에도 매우 중요한 점"이라고 말했다. 볼튼 지명자는 이날 상원 외교위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 이란 등의 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 유엔 간 협력 방안'에 대한 질문에 "당초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했을 때 우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를 움직여 북한을 안보리에 회부해야 한다는 만장일치의 합의를 이뤘으나, 6자회담이 미결상태여서 안보리가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6자회담을 진행시키는 게 어렵다는 점을 간과하려는 것은 아니나,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3차 6자회담이 열린 지 이제 10개월째"라며 "우리는 그동안 회담 재개를 위해 꽤 상당기간 기다려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3년 7월말 방한했을 때 6자회담 시작을 앞두고 북한의 안보리 회부 가능성을 얘기하는 등 북한을 자극한 연설을 한 데 대한 의원들의 지적에 "그 연설은 수주 동안 준비과정에서 국무부 내에 모두 알려졌고 승인받은 것이며, 연설 시점도 국무부내에서 모두 알고 있던 것"이라며 "당시 토머스 허바드 주한대사가 `많은 도움이 된 연설'이라고 말했었다"고 반박했다. 이란에 대해서도 그는 "우리는 IAEA에서 이란의 안보리 회부도 적극 추진해왔다"고 말하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취임 초기 취할 수 있었던 중요한 조치 중의 하나가 (이란과 협상 중인) 유럽 3국에 대해 (협조) 약속을 해주는 대신 유럽 3국도 이란이 핵무기 포기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경우 적절한 시점에 이란을 안보리에 회부하는 것을 지지하겠다는 명백하고 공개적인 성명을 받아내는 것이었다"고 라이스 장관을 우회 비판했다. 볼튼 지명자는 안보리가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에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지 못할 경우 안보문제 전반에 대한 안보리 역할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인준 받으면, 안보리와 협력을 통해 이러한 심각한 위협들에 맞서 의미있는 행동을 취하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비롯한 북한의 핵개발 정보에 대해, 볼튼 지명자는 1994년 제네바합의 후 미국 등이 방심하고 있는 사이에 "북한이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우라늄 고농축 능력을 갖기 위한 조달 프로그램을 매우 활발하게 추진했다는 증거가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련 정보가 분명치 않고 우리가 모르는 것도 많지만, 유일한 실질적인 문제는 북한이 언제부터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기 시작했느냐"라고 덧붙였다. 또 미 정보역량평가위원회가 최근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에 대한 정보가 빈약하다고 지적한 데 대해 볼튼 지명자는 "그 결론에 동의하지만, 정보가 없다고 해서 안심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WMD를 다루는 전문가들 입장에선 북한과 이란의 위협은 인간이 알 수 있는 범위내에서 실재한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볼튼 차관보는 유엔 개혁 방향과 관련, "인권 위반국들이 유엔인권위에 들어가 인권위의 활동을 방해하는 등 인권위가 완전한 붕괴 직전까지 온 상태이므로 인권위반국들을 인권위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밝혀 안보리와 함께 유엔인권위를 핵심 개혁목표로 삼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구성"이라며 "일본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 행정부 때부터 상임 이사국 진출을 매우 강력히 주장해왔고, 이는 최근 수년간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민주당측 간사인 조셉 바이든 의원과 존 케리 의원 등은 볼튼 지명자가 강경ㆍ 일방주의적 대외 정책 입장에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국제법에 반대하거나 무시하는 입장을 가진 점과 국무부 차관으로서 쿠바 생물무기 개발 주장에 반대한 정보분석 직원들에 대한 인사 압력을 가한 의혹 등을 들어 인준 반대 입장을 시사했다. 볼튼 지명자는 그러나 유엔 등에 대한 자신의 발언이 잘못 전달됐으며, 인사압력 의혹은 이미 상원 정보위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반박함으로써 양측간 논란이 이어졌다. 오전 청문회 도중 방청객 3인이 "노 볼튼(NO BOLTON)"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기습시위를 벌여 청문회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를 앞두고, 전직 고위외교관 등 60여명이 인준반대 요청서를 상원에 보낸 데 대해 공화당 출신 전직 국무장관들은 인준찬성 입장을 보내고, 뉴욕 타임스가 이날 사설에서 인준 반대 입장을 천명했으나 워싱턴 포스트는 "아직은 부시 대통령의 선택을 거부할 불가피한 사유가 없는 것 같다"고 사실상 찬성 입장을 밝히는 등 의회 안팎에서 찬반 논란이 가열됐다. 외교위는 12일 이틀째 청문회를 열어 인사 압력 의혹 관련 증인을 비롯해 볼튼 지명자 인준에 대한 찬반 증인 신문을 벌인다. 외교위 구성은 공화 10, 민주 8명이어서 규정상 공화당 의원 1명만 민주당측에 가세하면 인준이 무산될 수 있으나, 인준반대 가능성이 있는 온건파로 분류되는 링컨 차피 의원측은 "특별히 놀라운 일이 드러나지 않는 한" 인준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