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측의 `망동'으로 한일 양국의 긴장과 갈등이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독도와 교과서,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 등3개 전선에서 한일간 양보없는 대치가 이뤄지고 있다. 한일 양국은 특히 사안에 따라 강(强).온(溫)을 달리하고 있으며, 공(攻).수(守)를 조절하는 양상이다.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당초 `냉정한 대처'를 주창해 온 일본 정부가 본색을드러내고 노골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는 독도가 국제분쟁 지역으로 비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확전을 피하는 분위기다. 또 교과서 문제는 5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 결과가 발표되면 일단 채택률 낮추기에 전력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장기전으로 들어갈 태세다.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의 경우 우리 정부는 `도덕성 미달'을이유로 진출 저지 의지를 간접적으로 밝히는 등 공세인 반면 일본 정부는 무마에 나서는 등 수세인 형국이다. ◇ 日 상임이사국 진출= "험난하고 어려울 것이다". 김삼훈(金三勳) 주유엔대표부 대사가 2일 CBS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말이다. 김 대사는 "일본이 독일.인도.브라질 등과 함께 G4를 형성, 오는 6월경 유엔 총회에서 6개 상임이사국과 4개 비상임이사국을 늘리는 안을 결의안으로 제출해 통과시키려 하지만 정부는 `중견국가'들과 함께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캐나다.알제리.터키.파키스탄.아르헨티나.스페인 등이 한국과 뜻을 같이하는 `중견국가'들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지난달 31일 뉴욕 맨해튼 밀레니엄 호텔에서 유엔 회원국 외교관들을 초청해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려는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표밭갈이에 나선 것이다. 신규 상임이사국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은 채 6개국을 늘려야 한다는 결의안을 유엔 총회에서 통과시킨 후 비밀투표를 통해 6개국을 선정하는 방법으로 상임이사국의 `꿈'을 이루겠다는 게 일본의 전략이다. 이에 맞서 우리 정부는 중견국가들과 함께 오는 11일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국가의 고위인사들을 초청, 비공식 회의를 갖는 등 본격적인 저지 액션에 들어간다. 결국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여부를 놓고 벌어지는 한일간 외교전은 일본이 유엔 총회 결의안 통과를 위한 3분의 2 선을 확보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싸움으로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엔 가입국은 191개국이며 이의 3분의 2 선은 139개국이다.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독도 및 교과서 문제와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자격기준으로 "주변국의 신뢰도 받지 못하고 역사도 반성하지 않는 나라가 국제사회의 지도적 역할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점을 볼때 이 문제들의 연계성을 부인하기 힘들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일 상임이사국 진출문제와 관련,"한국도 찬성해주면 좋겠다"며 "(그렇게 하는 것이) 미래지향적 우호를 깊게 하는데도 좋지 않겠느냐"며 뒤늦게 달래기에 나섰다. 일본을 포함한 G4의 6월 시도가 성공할 지 여부는 현재로선 점치기 힘들다. 그러나 한국 등 중견국가들이 본격적인 견제 액션에 돌입하면 일본이 결의안 통과 `선'을 확보하기 힘들 뿐더러 일본 측이 지지하는 유엔 안보리 개혁 A안 역시 지역 배분 문제를 놓고 아프리카 내에서 의견통일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상임이사국진출 문제에서 일본의 수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독도 `치열한 공방'= 최근 독도와 관련한 일본의 공세가 노골적이고 치밀하다. 일본은 한동안 반응을 자제하는 듯 했으나 주미 일본대사관의 아가와 나오유키공보공사가 지난 달 25일자 워싱턴 포스트 독자투고를 통해 "바다 이름은 일본해가맞고 독도도 일본의 한 부분인 만큼 다케시마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시작으로 파상 공세를 펴고 있다. 이어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일본 문부과학상이 29일과 1일 두차례나 "교과서 기술의 기준이 되는 `학습지도요령'에 독도와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일본 영토로 명시해야 한다"고 말해 선수를 바꿔 가며 같은 주장을되풀이하는 양상이다. 일본 정부는 또 30일에는 후소샤 공민교과서의 독도표지 사진과 독도영유권 주장을 삭제하지 않았다며 교과서 검정결과를 우리 정부에 정식 통보했다. 자국의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정식으로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1일에는 일본 순시선이 우리 측의 독도 여객선에 근접 운항하는 등 독도 입도에대한 노골적인 `협박'행위를 자행했다. 이 참에 한번 붙어보자는 기세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독도는 주권차원에서 다뤄질 문제로 `단호한' 대처 방침에는 변화가 있을 수 없지만 `확전'을 시도하는 일본의 노림수에 말려들지 않는 방안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관계자는 "고위인사의 잇단 `망언'과 독도 영유권을 교과서에 명시함으로써한국 내 대일(對日)감정 악화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역으로 자국 내 보수세력을 결집하면서 독도 문제를 국제분쟁화하려는 게 일본 정부의 노림수"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따라서 독도 영유권 공고화 조치를 꾸준하고 단호하게 추진하되 국제사회에 독도가 분쟁지역으로 비쳐질 만한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겠다는 쪽으로 독도 대책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 日 교과서 검정발표..분노폭발 기폭제= 일본 문부성은 우리 정부의 강력한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번 검정에서 후소샤 공민교과서의 독도영유권 주장과 독도표지사진 게재를 삭제하지 않았다. 과거 2001년 교과서에 독도 표지사진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개악'이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검정결과가 발표되면 국내 대일 감정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역사교과서의 경우 왜곡은 미흡하기는 하지만 일부 시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역사와 공민 교과서를 분리 대응키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나름대로 상당한 주의와 고심을 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왜곡 시정작업이 공민교과서 왜곡에 의해 덮혀버릴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일단 공민교과서 왜곡은 독도문제에 한정돼 있는 만큼 이를 교과서 문제에 포함시키기보다는 독도문제로 다루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사실상 일본 문부성의 교과서 검정이 완료된 만큼 이제는 한일 양국의 `양식있는' 시민단체와 NGO(비정부기구)와 함께 채택률 낮추기에 전력을 기울인다는방침이어서 채택작업이 완료되는 오는 8월까지 교과서 분쟁은 장기전이 될 것으로예상된다. ◇ 외교장관회담 가능성..돌파구 열릴까= 이런 가운데 오는 6∼7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되는 아시아협력대화(ACD) 기간에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될가능성이 높아 귀추가 주목된다.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은 7일 이슬라마바드에서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장관과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 일본 외상간 회담이 열릴 예정이라고 2일 보도했다. 마치무라 외상은 그간 국회회기를 이유로 ACD 참가가 불투명하다는 입장을 비쳐왔다. 정부 당국자도 "그런 방향으로 논의되고는 있으나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면서"그러나 회담이 열린다면 할 말은 하고 따질 것은 따지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3가지 쟁점과 관련해서는 독도문제의 경우 이미 한일 양국이 양보없이 팽팽하게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희박하며 과거사 문제에서는 일부논의에서 진전이 이루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은 금년 상반기로 예정된 양국 정상간 셔틀외교의 전초전일수 밖에 없어 개최 및 성과 여부에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