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정유업계 사상 초유의 파업을 벌이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LG칼텍스정유 노조가 올해 임금협약을 회사측에 위임했다. LG정유 노사는 지난 23일 허진수 생산본부장과 박주암 노조위원장 직무대행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첫 임·단협 본교섭을 갖고 이같은 내용에 잠정 합의,오는 29일 조인식을 갖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노사 양측은 또 근무시간 중에 노조원들이 집행부회의 대의원대회 등 노조 행사를 갖지 않기로 하는 등 단체협약안에도 잠정 합의했다. 이 회사 노조가 사측에 임금협약안을 위임하기는 외환위기 직후를 제외하곤 처음이다. 박복현 노조 사무국장 대행은 "지난해 파업사태를 거치면서 노사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조합원들 간에 널리 확산됐다"며 "이를 위해 노조가 먼저 신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노조는 이미 지난해 10월 불법파업을 선동한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LG정유 노조는 지난해 7월 정유시설을 점거하는 등 20일 간의 정유업계 사상 초유의 파업으로 회사측에 6백억원의 손실을 입혔다. 회사측은 파업 주동자 23명을 해고하는 등 6백47명을 징계하고 파업기간 중 무노동 무임금을 철저히 적용하는 등 노조의 불법 행위에 원칙으로 대응,산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임·단협은 통상 4월에 시작해 늦으면 11월까지 계속됐다"며 "교섭에 들어간 지 20여일만에 임·단협을 끝낸 것은 지금까지의 노사교섭 관행을 과감히 탈피하겠다는 노사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노조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사내교육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등 회사측의 경영활동에 적극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