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지난 주까지 별탈없이대부분 순조롭게 마무리 됐다. 특히 관심이 집중됐던 삼성전자[005930]와 SK㈜[003600] 주총에서는 각각 참여연대와 소버린이 작정하고 공세를 펼쳤으나 `사상 최대 실적'에 고무된 일반 주주들의 냉대로 싱거운 `소문난 잔치'가 되고 말았다. 또 불경기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올린 철강업체들은 비교적 두둑한 배당금으로주주들의 환심을 샀고 LG그룹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확대 도입으로 눈길을 끌었다. 자동차업계 주총에서는 속칭 `총회꾼'들을 동원해 일사천리로 안건을 처리하는구태가 재연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삼성전자.SK㈜, 실적 호전에 `압승'= 참여연대와의 갈등으로 긴장감이 고조됐던 삼성전자 주총(2월28일)은 `100억달러 순이익' 등 사상 최대 실적을 앞세운 회사측의 `주총 잔치' 이벤트가 작전대로 먹혀 들어 큰 어려움 없이 3시간만에 종료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참여연대는 이번에도 기업지배구조, 삼성카드출자, 김인주사장 적격성, 삼성자동차 부실채권 등 아픈 구석을 찔러 가며 득의의 공세를 펼쳤으나 사측의 유연한 대응과 일반 주주들의 냉담한 반응에 거의 힘을 쓰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순이익, 배당총액, 법인세에서 `트리플 조(兆)' 시대를 연사상 최대 실적을 전면에 내세우고 퓨전국악공연, 대형 배너광고, 첨단제품 전시 등으로 주총장에 축제 분위기를 연출, 참여연대의 예봉을 여유있게 피했다. 소버린자산운용과의 `표대결'이 벌어진 SK㈜ 주총(3월11일)도 불과 1시간반만에사상 최대 실적 등을 앞세운 회사측의 압승으로 끝났다. 소버린측은 예고한대로 최태원 회장의 이사 자격, 이사회 독립성 결여, 낮은 주주 배당 등에 시비를 걸며 회사측을 공격했으나 주주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일찌감치 포문을 닫았다. SK㈜는 지난해 매출 17조3천997억원, 영업이익 1조6천163억원, 당기순이익 1조6천448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과 S&P 등 국내외 신용평가기관들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등을 부각시키며 주주들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 표대결에서 소버린을 20%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압도했다. ◆LG그룹, 스톡옵션제 활성화 = LG그룹의 주요 상장사들은 올해 주총에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제도 활성화를 위한 정관 변경안을 잇따라 통과시켜 눈길을끌었다. 지주회사인 ㈜LG는 주총 특별결의를 통해 임직원에게 줄 수 있는 스톡옵션 범위를 주식 총수의 5%에서 15%로 늘리는 한편 관계 법령이 허용하는 선에서 이사회 결의만으로 스톡옵션을 줄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066570]도 주총 특별결의를 통해 전체 발행주식의 5% 범위내에서 부여할수 있던 스톡옵션을 이사회 결의에 의해 15% 안에서 발행할 수 있도록 정관을 고쳤다. LG그룹은 주총을 같은 날 개최한 삼성과 달리 11개 상장 및 등록 계열사의 주총을 9일에 걸쳐 분산 개최했다. LG는 "주주 중심의 경영과 투명한 주총 진행을 위해 날짜를 분산시켰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오너 친정체제' 강화 =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체들의 주총도 사상최대 실적 등 고조된 분위기 덕에 별다른 잡음없이 조용히 끝났다. 포스코의 지난해 매출액은 19조7천920억원으로 전년 대비 37.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조540억원으로 65.2% 늘어나면서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 당기순이익도 3조8천260억원으로 전년 대비 93.2% 급증했고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지난 2003년 21.3%에 이어 작년에는 25.5%로 더 높아졌다. 이같은 실적 호전에 힘입어 포스코는 전년보다 33% 늘어난 주당 8천원(중간배당1천500원포함)을 배당하기로 했다. INI스틸[004020]과 동국제강[001230] 등 다른 철강업체들도 대부분 실적이 호전됐다. 특히 INI스틸이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하고, 동국제강이 장세주 회장의 동생인 장세욱 전무를 계열사 유니온스틸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등 오너일가의 친정체제가 강화돼 눈길을 끌었다. ◆자동업계 주총은 `속전속결' = 지난 4일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현대차 주총은별다른 현안 충돌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불과 1시간만에 끝났다. 지난달 공시된 자사주 소각 결의 안건을 놓고 일부 소액 주주들이 자사주 소각후 오히려 주가가 떨어진 타사 사례를 들며 의사진행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주의환기' 수준을 넘지는 못했다. 11일 열린 기아차 주총은 현대차보다 더 짧은 30분만에 끝나 전형적인 `시나리오 주총' 양태를 보였다. 이번 기아차 주총에는 이달 초 사장으로 승진한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 정의선사장도 참석했으나, 정 사장의 고속 승진이나 향후 회사내 역할 등을 따지는 질문은전혀 나오지 않았다. 현대차와 기아차 주총에서는 또 일부 소액주주들이 앞장 서 재무제표 승인 등주요 안건을 `동의-제청' 형식으로 통과시키는 구태가 연출되기도 했다 ◆대한항공 성과급 `눈총' = 대한항공[003490] 주총에서는 배당 등을 통해 주주들을 더 많이 배려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일부 주주들은 대한항공이 직원들에게 300%의 성과급을 지급해 그만큼 이익규모가 줄어들었다며 앞으로는 주주들의 이익에 더 신경을 써달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대한항공은 정관에 이익소각 규정을 새로 마련해 주식을 매입한 뒤 소각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유통업계 주총에서는 임원보수한도를 올리는 안건이 많이 통과됐다. 신세계[004170]는 이사 보수한도를 7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현대백화점[069960]은 37억원에서 45억원으로, CJ[001040]는 9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각각 높였다. (서울=연합뉴스) 산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