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열린 제36기 삼성전자 주주총회는 특별한 `불상사' 없이 3시간 3분만에 종료, 회사측의 `선방'으로 일단락됐다. 회사측은 지난해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번 주총을 지난해의 사상 최대실적을 자축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드는데 사력을 다했고 지난해 참여연대와 한바탕 `설전'을 벌였던 윤종용 부회장도 참여연대의 발언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등 원만한주총 진행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참여연대는 이번 주총에서도 삼성카드 출자, 김인주 사장의 이사 재선임 자격부적격 문제 등을 집중 거론했으나 사상 최대 실적에 묻혀 별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특히 주주들이 참여연대의 의사발언에 강력히 항의, 오히려 윤 부회장이 참여연대와나머지 주주들을 중재하는 양상을 띠기까지 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 참여연대 기세 꺾었다' = 회사측은 주총 시작전부터 올 주총을 `잔칫집'으로 연출하기 위해 모토를 `축제와 체험의 주총'으로 잡고 총공세를펼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순이익 10조, 법인세 2조, 배당총액 1조원 돌파라는 화려한성적표로 `트리플 조단위 시대'를 열었다. 회사측은 주총에 앞서 퓨전 국악 공연으로 부드러운 분위기 조성에 힘을 쏟았고이례적으로 `순이익 100억달러 달성 신화창조', `브랜드가치 126억달러', `글로벌초일류 기업 도약', `나눔과 상생의 경영실천' 등 4개의 대형 배너를 부착했다. 또한 입구에 지난 1년동안 삼성전자의 활약상을 동영상 등으로 소개하는 대형 `이미지 월'(Image Wall)을 설치했고 호암아트홀 1층 홀의 일부를 반도체, 휴대폰,노트북 PC, 캠코더 등 최첨단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공간으로 꾸몄다. 윤 부회장도 작년과 달리 `주주 질문을 충분히 경청하겠다'며 원만한 진행의지를 강조했고 실제로 참여연대의 발언 기회를 십분 살려주는 운영의 묘를 기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참여연대는 지난해보다는 상당히 차분해진 어조를 견지하면서도 삼성카드 추가 출자에 대한 부당성, 김인주 삼성 구조본 사장의 이사 재선임부적격 논란, 이건희 장학재단의 문제점, 삼성 자동차 부실채권 처리 후속대책 등을집중 제기했다. 김인주 사장의 재선임을 둘러싸고 기업지배구조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면서 윤부회장과 참여연대 김상조 교수간에 한때 공방이 빚어지기도 했으나 이 역시 곧바로사그러들었다. 그러나 참여연대측이 발언권을 행사할 때마다 `의장은 안건과 상관없는 의사 발언을 막아달라', `참여연대는 주주가 아니지 않느냐'는 일부 소액주주들의 항의가빗발치는 등 주주들의 차가운 외면에 직면했다. 오히려 윤 부회장이 참여연대와 일부 소액주주들을 중재하는 모습이 연출되기까지 했다. 한 주주는 "올해는 조용하게 지나갈 줄 알았더니 매년 왜 이러는 지 이해할 수없으며 이는 삼성전자의 경영진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경영진이) 정 못마땅하면당신들이 직접 경영을 해봐라"라는 식의 원색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김인주 사장의 재선임과 관련, 표대결에 붙여지는 상황까지 초래됐지만 이 역시96.25%의 압도적 찬성률로 원안대로 가결되면서 회사측은 이번 주총의 최대 관심사였던 `참여연대의 공격'을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방어, 주총을 잔칫집으로 만드는데어느정도 성공한 셈이다. ◆`주주 외면 시민단체 한계'..`건전한 비판은 수용돼야' = 이번 주총에서 참여연대의 문제제기에 별 힘이 실리지 못한 것은 그만큼 일반 주주들의 공감대를 담보하지 못한 시민운동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적지 않다. 이는 그동안 삼성전자 주총이 단순히 참여연대와 회사측간의 정면 대결구도로만비쳐져온데 대해 우려해왔던 일각의 지적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대목이다. 참여연대 스스로 작년의 불상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적지않게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으며 "삼성전자의 경우 의사개진을 통해 경영진의 변화를 촉발시킬 가능성이없는 만큼 주총을 길게 끌어봤자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주총장을 떠났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회사 지배구조에 대한 참여연대의 지적이 기업 발전을 위한순기능을 하기 보다는 주총장을 `싸움터'로 변질시켜 오히려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궁극적으로 기업발전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주를 가졌더라도 엄연한 주주'라는 주주 존중주의에 입각한다면 회사발전을 위한 건전한 비판은 충분히 수용돼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날 일부 주주들은 "주주에게는 배당금이 제일 중요한 것 아니냐", "실적만 좋다면 삼성이 또다시 외부 압력에 의해 정치자금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모른척할 것"이라는 등 기업 윤리를 무시한 채 주주의 이익만 앞세운 듯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윤 부회장도 "NGO에서 삼성전자의 발전을 위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풀이된다"며 "앞으로도 삼성의 번영을 위해 좋은 지적을 계속해달라"라는 말로주총을 마무리했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 비록 표대결에서 압도적인 차이(96.25%)로 패배했지만 참여연대측이 적극적으로 활동을 벌이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3.75%의 주주가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 자체가 그동안 참여연대가 이뤄낸 성과를 반영하는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는 지난해 1%안팎의 반대표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며 변화를 위한 동력이 이제는 시장에서도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반증해 주는 증거"라며 "앞으로도 기업 변화 유도를 통한 사회 변화 운동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