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신장수와 우산장수를 아들로 둔 어머니는 비 와도 걱정,맑아도 걱정이라는 옛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이 가족은 3백65일 잘 팔리는 제품 구색을 갖춘 모범적인 장사꾼 집안이다. 현대 기업들도 온도와 날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긴 마찬가지.이야기 속 어머니와 다른 점이 있다면 걱정만 하기보다는 날씨와 계절을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온도 별로 잘 팔리는 상품이 따로 있다는 데 착안한 '온도 마케팅'으로 기온 날씨 계절에 따라 제품 진열과 광고량을 조절하는 방식이 가장 대표적이다. 겨울옷이 잘 팔리는 온도는 영하 4∼5도(최저기온)다. 두꺼운 스웨터는 영하 4도,가죽무스탕이나 오리털파카는 영하 8∼10도 까지 기온이 내려가야 손님들이 몰린다. 1월말이 돼서야 강추위가 찾아온 올 겨울은 비교적 늦게 패션업계의 대목이 시작된 셈이다. 제일모직 LG패션 이랜드 FnC코오롱 등 패션업체들은 그동안 팔지 못한 겨울옷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백화점 및 가두점(로드숍)에 외투류를 전진 배치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동시에 예년보다 늦어진 봄옷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최근 들어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가 지속되자 변화된 기후에 맞게 제품을 재구성하고 신제품 출시 시기를 조정하는데 더욱 적극적이다. 이랜드는 온도별로 일일 판매량 데이터를 분석해 매일매일 각 제품의 출고량을 조절한다. FnC 코오롱도 기상정보업체로부터 다음날 날씨 정보를 받아 온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날씨 변화에 신속히 대응키 위해 하루 단위로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JIT(Just In Time)' 생산시스템을 도입했다. 빈폴 브랜드의 경우 겨울철 날씨가 따뜻할 것으로 예측해 파카의 비중을 30% 줄이고 패딩점퍼 등 가볍고 활동적인 겨울상품을 30% 늘려 겨울 제품의 재고를 크게 줄였다. 아이스크림 만큼 날씨 변화에 민감한 제품도 없다. 빙그레 관계자에 따르면 겨울에는 얇은 빵으로 쌓여진 모나카류 아이스크림의 매출이 크게 늘어난다. 25도에서 28도대를 오가는 초여름에는 스틱바류,28도를 넘어가는 한여름에는 얼음을 얼린 펜슬바 형태의 제품이 온도별 효자 품목이다. 빙과업체들은 온도별 판매량 분석을 통해 제품 출고량과 광고량을 조절한다. 편의점에서는 호빵과 따뜻한 캔커피가 겨울에 가장 인기있는 상품.호빵은 영하 4도,캔커피는 영하 6도에서 가장 잘 팔린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기업들만 온도마케팅을 벌이는 건 아니다. 명동에서 떡볶이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떡볶이가 가장 잘 팔리는 온도는 영상 0∼1도라며 이같이 적당한 추위가 지속되는 기간에는 떡 고추장 등 음식 재료를 평소보다 더 많이 준비해서 나온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