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의 단편소설 '눈길'이 고두심의 연기로거듭난다. KBS 1TV 'TV, 책을 말하다'는 설을 맞아 이청준의 자전적 단편소설 '눈길'을 이청준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다큐멘터리와 고두심이 소설 속의 어머니를연기하는 드라마로 되살려낸다. '눈길'은 작가가 1977년 발표한 작품으로 현재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도 실려있다.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나'는 고향을 찾는다. 어머니는 이미 남의 손에넘어간 집에 찾아온 '나'에게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고 다음날 눈 쌓인 새벽길을 걸어 나를 버스에 태워 돌려보낸다. 나는 어머니의 그 모습을 잊지못한다. 어머니는 어른이 된 나의 아내에게 이 옛날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때 나를 버스에 태워 보내고 잿등에 하염없이 앉아있었다는 어머니의 말에서 나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발견한다. 이 프로그램은 이청준과 함께 고향 전라남도 장흥을 직접 찾아 눈길의 배경이된 마을과 길을 둘러보는 다큐멘터리로 진행된다. 그 사이로 고두심이 어머니역을맡아 소설을 재연하는 드라마가 펼쳐진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우리 시대 어머니'로 자리잡은 고두심은 이 작품에서도 힘든 뒷모습을 감추고 아들에게 밥상을 차려주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고두심은 '눈길' 속 어머니에 대해 "절절하고 애가 끓는다"고 표현하며 "촬영을 하는데 눈길을 걷는 발자국마다 그렇게 극적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별을 보여드립니다'를 비롯한 이청준의 작품을 유난히 좋아한다는 그는 "이 작품을 너무 좋아해서 언젠가 문학관이나 드라마에서 꼭 한번 연기해보고 싶었다"고말했다. 또 "평소 잘 아는 이청준 작가와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되면서) 통화를 했는데 '내가 부탁은 못하겠는데…'라는 말만 두번을 하더라"며 웃었다. 연출을 맡은 유동종 PD는 "뛰어난 소설인 이 작품을 다큐멘터리로만 전달하는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드라마로 보여주는 부분을 넣었다"며 "이청준 소설의 근원과 고두심 연기의 근원은 모두 '어머니'이기에 고두심에게 어머니역을 맡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TV, 책을 말하다'의 '눈길'편은 설 연휴인 10일 오후 10시에 방송되며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는 모두 HD영상으로 담겨질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안인용 기자 dji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