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영화제에서의 임권택 감독 회고전 개최는 이미 세계 영화제의 거장으로 자리잡은 임권택 감독의 명성과 최근들어 부쩍 높아지고 있는 한국 영화의 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년 사이 한국 영화가 세계 주요 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되며 높은 평가를받고 있지만 그 이전부터 임감독의 영화들은 꾸준히 해외영화제를 노크하며 명성을 쌓아왔다. △81년 `만다라'로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86년 `길소뜸'으로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87년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강수연) 수상 △88년 `아다다'로 몬트리올영화제 여우주연상(신혜수) 수상 △89년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강수연) 수상 △93년 `서편제'로 상하이영화제 감독상 및 여우주연상(오정해) 수상 △2000년 `춘향뎐'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2002년 `취화선'으로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 등 국제 무대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아왔다. 또한 뉴욕 현대미술관과 시카고 영화제 등에서 회고전이 개최되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세계 영화계에서 인정을 받아왔다. 올해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회고전은 지난 2002년 열렸던 일본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의 회고전과 비슷한 규모로 열린다. 베를린 영화제는 `Retrospective'(회고전)와 `Homage'(오마주)라는 특별전 섹션을 매년 마련하고 있지만 이와 별도로 영화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거장 감독들의 작품들을 대상으로는 비정규적으로 특별 회고전을 개최하고 있다. 한편 임권택이 수상하게 되는 공로상(Berlinale Camera)은 지난 86년이후 시상되는 부분으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로렌 바콜, 메릴 스트립, 케이 쿠마이, 할 로치, 앤 휴이, 콘스탄틴 코스타가브라스 감독 등 세계 영화계에 큰 획을 그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여되는 상이다. 임 감독은 한국 영화인으로는 처음으로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특별회고전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모두 일곱 편. `왕십리'(76년), `족보'(78년),`만다라'(81년), `길소뜸'(85년), `서편제'(93년) 등 70년대 이후의 작품들이 상영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년 전 영화제측으로부터 임 감독의 회고전 계획을 통보받은 뒤 영화제 사무국과 함께 프로그래밍에서부터 작품 선정까지 준비작업을 진행해왔다. 회고전 상영을 위해 대부분 작품들의 자막번역프린트가 새로 제작됐으며 이 중 `족보'와 `만다라'는 영진위 주도로 사운드 복원과 옵티컬 스텝프린터(Optical StepPrinter)를 통해 원판 복원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만다라'는 원판 네가의 손상이 심해 재생이 어려운 1분24초 분량에 대한 디지털복원작업까지 함께 이루어졌다. 국내에서 디지털방식으로 고전영화를 복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61년 `두만강아 잘있거라'로 데뷔한 임 감독은 이후 2004년작 `하류인생'까지 모두 99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근현대사에 애정을 보인 중기 작품들에서부터 우리 문화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알리는 영화까지 다양한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국민감독'으로, 해외에서는 한반도의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편 `장군의 아들' 시리즈나 `서편제' 등은 당시의 관객동원 기록을 새로 썼을 정도로 흥행 감독의 면모도 보인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