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준(李基俊) 교육부총리 임명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면서 청와대 정무직 인사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인사 추천과 검증 과정에서 그물망에 잡히지 않았던 이 부총리의 도덕성 시빗거리가 양파 껍질 벗겨지듯 속속 불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병역기피 의혹을 샀던 이 부총리 장남이 한국 국적을 포기한 지 한달이 채지나지 않은 2001년 10월 경기 수원에 신축 건물을 취득한 사실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청와대는 7일 본인과 배우자만 대상으로 삼아 검증했기 때문에 직계존비속의 재산은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너무 안이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없지 않다. 더욱이 장남이 소유한 이 건물이 들어선 땅은 이 부총리의 것이어서, 이병완(李炳浣) 홍보수석이 전날 이 부총리에 대해 "청빈한 분이라 집 한채 정도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불신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종민(金鍾民) 대변인은 "이 수석이 사실관계를 확인해 공식 브리핑한 것이 아니라 심각한 문제는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검증을 총지휘하는 박정규(朴正圭) 민정수석은 "3일동안 30명을 검증했다"면서 시간제약상 밀도있는 검증이 어려웠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사실상 인사검증의부실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청와대가 이 부총리에 대해 "서울대 총장까지 지냈는데 그동안 검증은 받을 만큼 받아온 것 아니겠느냐"는 판단 아래 너무 쉽게 이 문제를 다룬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실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부총리 땅과 장남 건물 등 새 문제가 불거지기 전기자와의 통화에서 "서울대 총장까지 지낸 분인데 검증은 상당정도 됐다고 봐야하는것 아니냐"고 말했었다. 결국 청와대가 사외이사 겸직과 판공비 사적 사용, 장남 병역문제 등을 이 부총리 `과거'의 전부로 알고 추가 검증을 소홀히 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또 김 대변인이 이날 설명한대로 인사청문 대상이 아니어서 본인과 부인만을 대상으로 검증했기 때문에 다른 시빗거리를 찾아낼 방법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교육계의 수장이라는 자리가 갖는 무게를 감안할 때 이같은 태도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 이 부총리 발탁을 김우식(金雨植) 비서실장과의 `40년 인연'과 이해찬(李海瓚) 총리의 인사제청과 연결지어 보는 시각이 있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정찬용(鄭燦龍) 인사수석은 다른 정무직 인사 때처럼 정무직 인재풀 1천200여명의 데이터베이스(DB)에서 후보들을 선별, 인사추천회의 및 이 총리와의 협의,특히 노 대통령과 이 총리간 3차례 협의를 거쳐 3명을 압축해 노 대통령이 결정했다는 `절차'를 강조하고 있다. 특정인과의 연이나 특정인의 천거로 인사가 판가름나는 구조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제한된 인재풀일 경우 후보군이 몇배수 이더라도 유력한 후보 한명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주변의 추천 등이 강력할수록 이같은 `장치'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우려가 상존한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