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치정국 타개를 위해 열린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의 협상이 16일 일단 별다른 성과없이 끝남에 따라 이른바 `4대 입법' 처리향배의 유동성이 커졌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임시국회 등원의 전제조건으로 `4대 입법'의 여야 합의처리를 내놓은 뒤 열린 원내대표 회담이어서, 열린우리당의 수용여하에 따라서는 이들 법안의 처리수순이 윤곽을 드러낼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가운데서도 국회 정상화의 필요성에는 여야가 모두 공감하고 있는 만큼, 멍석만 깔리면 4대 입법 처리 방안에 대한 여야간 논의는 급류를 탈 가능성이크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해온 국가보안법 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이 사실상 국보법자체 개정안을 확정해 놓았고, 사학법 개정안 등 나머지 3개 법안도 모두 관련 상임위에 상정돼 있는 상태여서 여야가 국회정상화에 합의만 이룬다면 당장이라도 심의가 가능한 토대구축은 돼 있는 것. 일단 한나라당이 꺼내 놓은 카드는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의 경우 국회 법제사법위가 아닌 별도의 기구에서, 나머지 3개 법안은 해당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하자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 4대 입법을 연내 처리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여당 지도부로서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부담스러운 내용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도 일정 부분 양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천정배(千正培)원내대표는 회담 전 기자들과 만나 '국보법 별도기구 설치' 제안에 대해 "일단 국회가 정상화되면 진지하게 서로 대화하고 협상할 수 있다"며 신축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 천 원내대표는 4대 입법에 관한 '합의처리' 요구에 대해서도 "일정 정도 합리적으로 타협할 부분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수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당 핵심관계자는 "한나라당이 4대 입법에 대한 처리 일정을 좀 더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합의 처리 요구를 `4대 입법의 처리를 저지하려는 지연 작전'으로간주하는 당내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구체적인 처리 날짜를 약속해 달라는 요구다. 이 같은 방안은 지난달 법사위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상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치했을 때도 절충안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여당은 공정거래법안 상정 자체를 반대하는 한나라당을 무마하기 위해 법안 처리를 일주일 늦추고 공정거래법안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시키는 대신, 소위 심의 결과에 상관없이 전체회의로 넘겨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 같은 절충안이 준용된다면 여야는 4대 입법의 논의기한을 내년 2월 임시국회등으로 한정하고, 시한이 지날 경우 논의 결과에 상관없이 표결 처리하자는 방식의합의를 도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결국 공은 한나라당 보다는 우리당 쪽에 넘어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이당내의 국보법 연내처리 요구 등을 어떻게 다독이면서 `명분과 실리'를 조화시키느냐에 따라 임시국회 정상화와 4대입법의 운명이 결정될 공산이 크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