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16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임시국회 등원 조건으로 4대입법 합의처리 약속을 제의한 것을 수용할지를 놓고 진통을 거듭했다. 박 대표의 제안에 대해 '국가보안법 폐지를 무산시키려는 지연전술'이라는 강경파와 '국보법 폐지 결사반대 입장에서 진전된 전향적인 자세'라는 온건파의 시각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었다. 당내 논란을 예상한듯 전날 밤 박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이부영(李富榮) 의장과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전화접촉을 갖고 "일단 판단을 보류하고 당에 가서 논의해보자"는 것으로 의견을 조율했다. 이에 따라 우리당은 이날 오전 수뇌부간 접촉에 이어 비공개로 상임중앙위.기획자문위 연석회의를 개최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일단 국보법 폐지와 관련해 '속도조절론'을 주장해온 이 의장은 "한 걸음 진전된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이 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양당 원내대표가 서로 만나서 논의하겠지만 임시국회가 일주일 남은 만큼 4대입법 협상을 하되, 나머지 임시국회는열어야 한다"면서 "오늘 한나라당이 본회의에 들어와서 파병연장동의안을 처리하느냐 여부가 박 대표 주장의 진정성을 가늠해보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 한나라당에 대한 여권내 강경파의 불신감을 일정 부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한나라당 지도부가 파병연장안 처리 협조 등 `성의'를 표시하라는 얘기다. 반면 장영달(張永達) 의원 등 재야 출신 중진들은 "전혀 새로운 게 없다"며 연내처리 강행을 주문했다. 재야파는 특히 전날 밤 국민정치연구회 소속 의원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모임을 갖고 연내 국보법 폐지 원칙을 재확인하고, 이를 위해 중도.보수성향 모임인안개모와도 막후 협의를 갖기로 했다. 우원식(禹元植) 정봉주(鄭鳳株) 의원 등 재야.운동권 출신 의원들은 이날 오전옛 안기부 터에서 국보법 폐지를 촉구하는 거리캠페인을 강행하는 등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 김부겸(金富謙) 의원은 "우리당 지도부도 강.온 사이에 끼여 내심 곤혹스러웠고, 한나라당이 국회로 돌아올 구실을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제의를 받아줘야 한다"며 "국회가 파행으로 가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고, 결국 여당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의 한 핵심 중진은 "강경파는 항상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서 반드시 설득할 필요가 없다"며 "강경론이 두려워 협상을 안하면 본말전도다. 대화가 시작됐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양측 의견이 맞서는 가운데 당내에선 국보법 개.폐 문제의 본회의 통과를 담보하는 차원에서 여야가 협상에 앞서 `합의불가시 다수결' 원칙과 처리시점에대해 합의하는 `협의처리안' 등 각종 절충안이 대두되고 있어 주목된다. 그러나 협의처리안 역시 국보법 개.폐 논의의 틀을 법사위로 하자는 여당 강경파의 주장과 같은 맥락인 데다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도 "국보법 문제는 법사위차원을 떠났다"는 입장이어서 당지도부가 이를 한나라당에 역제의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