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칠레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과 한국 정부의 주도적 역할에 한미 양국이 합의한 것을 계기로장기간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기지개'를 펴는 듯한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얼마전과는 달리 조속히 남북 당국간 대화를 갖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도 점차두드러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지난 19일 금강산 관광 6주년 기념행사에 이례적으로 참석, 6.15공동선언 이행의지를 재확인하고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밝혔고, 특히 이 자리에는 남북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조율했던 김보현 국가정보원 3차장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남북라인이 재가동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당시 북측에서는 남북관계를 담당하는 주요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아 남북간에의미있는 접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남측의 남북관계 복원의지를북측에 분명히 전달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런 정부의 움직임과 관련, 여야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상반기 남북정상회담개최를 염두에 두고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견해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25일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에 출석, 남북정상회담 개최가능성에 대해 "이른 시일내 정상회담이 열려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도 "여러가지 환경조성과 정지작업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내년이면 6.15 공동성명 5주년이 되는 만큼, 2차 정상회담 개최 약속은 지켜져야 할 뿐아니라, 한반도 내외의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공동번영과 평화로의 실질적진전,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3일 LA연설에서 "(북한의 주장이) 일리가 있는 측면이있다"고 언급한 것이나, 외교안보 관계 장관들이 주적론이 시대착오적 개념이라고지적한 것도 결과적으로 남북대화를 위한 환경조성에 이바지하는 측면이 있다. 아직 공식적인 북한의 반응은 없지만, 뭔가 변화의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은 지난 13일 노무현 대통령의 LA 발언에 대해 환영 입장을 보인것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북한을 방문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을 만나고 돌아온 장 핑유엔총회 의장은 2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노 대통령의 LA 발언에 대해 북한 당국이 환영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당국간 접촉은 아니지만, 준당국간 및 민간 차원의 접촉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10만t의 비료를 추가지원하기로 결정해 북측에 통보했고 대북 식량차관도 남북관계 경색에도 불구, 차질없이 전달되고 있다. 또 남북은 25일부터 금강산에서 면회소 건설을 위한 측량 및 지질조사 제3차 기술실무협의를 갖고 이산가족 면회소 문제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이번 접촉은 기본적으로 기술적 문제를 논의할 것이지만 향후 남북관계의 진전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협의의 결과를 지켜보면서 당국간 회담을 조기에 개최할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며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로 남북대화 재개에 유리한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 아니냐"고 말했다. 민간 차원에서도 남북 양측은 23∼24일 금강산에서 실무접촉을 갖고 내년도 6.15 공동선언 발표 5주년 민족통일행사를 평양에서, 해방 60주년 8.15통일행사는 남측지역에서 열기로 합의, 남북관계가 조금씩 풀려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남북관계를 짓누르는 핵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위해 주변국들과의 협의를 강화하는 가운데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내달 중순 방중해 6자회담과 남북관계 문제를 중국측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