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李海瓚) 총리의 `한나라당 폄하'발언으로 촉발된 국회 파행사태가 여야간 힘 겨루기로 번지면서 새로운 주(週)가 시작된 7일로 공전 11일째를 맞고 있다. 여야가 주말과 휴일 접촉에서도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언제쯤 정상화돼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본연의 임무인 민생현안과 예산 심사에 전념하게 될지 예단조차 힘든 형국이다. 우리당은 "이번주부터는 국민들이 단독으로라도 하라고 하지 않겠나"(이부영 의장), "우리도 더이상 한나라당을 기다릴 수 없다. 당내의 강행 입장을 막을 수 없을것"(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이라며 단독등원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우리당 일각에선 민노당, 민주당, 자민련 등 비교섭단체 3당의 국회의사 일정동참을 견인하기 위해 `이 총리의 대국민 입장 표명'을 건의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한나라당을 배제하고서라도 일단 국회문을 다시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힘을 얻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월요일에도 국회에 안 들어가는 것은 분명하다"(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는 12일을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임태희 대변인)며 장기전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 처럼 여야의 양보없는 대치가 계속되고 있어 국회 파행사태는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내주 초반은 물론 중반 이후까지도 계속될 것이라는 비관적인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여야의 대화론자들이 강경론에 밀려 아직까지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도 국회파행 장기화의 사슬을 끊지 못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국회가 정상화되면 이 총리가 유감 표명을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을 설득중이지만, 이 총리가 "지켜보자"는 입장을 고수하고있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침묵하고 있어,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쪽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파행사태가 근본적으로 여야 정당간 대결이라기보다는 이 총리로 대표되는 범여권과 한나라당간의 싸움이기 때문에여권전체의 태도 변화없이 열린우리당이 제시하는 `제3자 보증'만 믿고 등원할 수없다는게 한나라당의 주된 기류다. 그러나 장기화되고 있는 파행사태가 정부 여당과 한나라당간 일종의 `자존심'싸움으로 변질되면서 "도대체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비난여론이점차 거세지고 있어 여야 모두 정치적 타협을 강요받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정기국회 종료(12월9일)를 한달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상임위에 500여건에 달하는 법안이 쌓여있고, 새해 예산안도 법정처리 시한인 12월2일에 맞추려면 여야 모두 더 이상 국회를 겉돌게해서는 안된다는 비난여론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회 정상화 문제는 여야가 당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느냐, 아니면 민의를 제대로 살피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이번주에도 내부적인 명분과 자존심에 계속 집착할 경우, 민의를 거스른 국회공전의 해답은 쉽게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류성무기자 mangels@yna.co.kr tjd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