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정부의 집권 2기에서는 북핵 문제가 한미관계의 미래를 결정짓는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봅니다". 정부의 한 핵심 당국자는 3일 미 백악관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사실상선언한 것과 관련해 앞으로 한미관계에 어떤 파장을 드리울 것인지를 묻자 이 같이답변했다. 부시 대통령의 집권 2기 한미관계는 큰 틀에서는 전반적으로 집권 1기에 비해좀 더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북핵 문제가 최대 복병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한미 양국은 지난 2001년 1월 부시 대통령이 취임하고 2002년 2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정부가 출범하면서 동맹 역사상 가장 힘겨운 시기를 거쳤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20여개월간 한미관계는 갈등과 조정의 진통을 겪고 있다. 6.25 전쟁의 폐허 위에서 반세기 만에 산업화에 이어 민주화를 달성했다는 대다수 한국민의 자부심은 과거의 `수직적' 한미관계에서 `수평적' 한미관계로 나갈 것을 자연스럽게 요구하고 나섰으며, 여기에는 일부 반미정서도 섞여 있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안으로는 그런 국민적 압력과, 밖으로는 9.11테러 이후 확고해진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됐던 게 사실이다. 노 대통령의 취임을 전후로 한 시점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선제 군사옵션도 검토 중인 사실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는 반(反) 부시, 반미 정서가 본격적으로 표출했고, 양국관계는 급속히 냉각 국면에 들어서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당국자는 "그 당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냐, 평화이냐의 중대한 갈림길이었다. 한마디로 앞이 보이지 않았던 상황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2002년 5월 노 대통령의 방미 및 부시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양국 정부간 `코드 맞추기'가 시작됐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일정한 진전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의 확인을 비롯해, 한국군의이라크 파병 및 추가파병, 부시 행정부의 GPR(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에 따른 주한미군 감축 및 한강이남 재배치, 용산기지 이전 등 주요 동맹현안을 타결지었다. 예민한 주요 동맹현안을 다루면서 양국 정부간 신뢰가 쌓여갔음은 물론이다. 특히 올 6월 고 김선일씨의 피랍 당시 `한국군의 추가파병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김씨를 살해하겠다'는 이라크 테러단체의 위협에도 불구, 현 정부가 추가파병 원칙을 재확인한 대목은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의 냉소적 시각을 많이 바꿔 놓았다. 이런 맥락에서 부시 집권 2기의 한미관계는 1기에서 동맹간 갈등과 마찰을 어느정도 극복한 상황에서 좀 더 안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승주(韓昇洲) 주미대사가 최근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부시 행정부와 지난 1년반 동안 정상회담을 비롯해 모든 수준의 대화 때마다 양국이 서로 동맹과 협의의 중요성을 말해왔고, 앞으로도 특별히 양국관계에 문제될 게 없다는 점을 볼 때이런 좋은 관계가 계속 발전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한 것도 그런 판단에서다. 그러나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미간 인식차가 부시 집권 2기의 한미관계에서 가장 위험한 `뇌관'이 될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 대다수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북한이 과연 제4차 북핵 6자회담 개최에 조기에 응할 것인지, 응한다 해도 고농축우라늄(HEU) 보유 문제를 포함한 미국의 `리비아식 해법'을 과연 받아들일 것인지여전히 불분명하고, 특히 북한이 이 같은 미국의 해법을 거부할 경우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 경우 부시 행정부가 비교적 이른 시기에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고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등 군사훈련을 통한 대북 봉쇄를 강화하는 대북강경책을 밀고 나오는 상황을 상정하면 한미간에는 다시 갈등이 빚어질 공산이 크기때문이다. 특히 부시 정부가 김정일 체제의 `전복'을 꾀할 경우 그 파장은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김성한(金聖翰) 외교안보연구원 미주연구부장은 "한미관계는 북한핵문제로 험난한 파도를 맞이할 수 있다"며 "미국은 향후 당분간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할 방침인데 최대 고비는 앞으로 열릴 4차 6자회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집권 2기의 미국 정부가 다시 안보리 회부-PSI 강화에 이어, 대북 군사옵션을 검토하고, 이에 맞서 북한이 `전쟁불사'로 맞섬으로써 전운(戰雲)이 한반도를감쌀 경우 전쟁반대 입장인 한국 정부로서는 과연 미국과의 마찰과 갈등을 `불사'할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권 2기의 부시 정부가 국내외 비판여론을 감안, 9.11이후 일방주의 자세를 완화하면서 국제사회와 새로운 협조관계 및 동맹관계를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전망은 미국의 북핵 문제 접근법이 오히려 유연해질 가능성을 시사하고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한미 양자간 현안도 남아 있다. 당장 올 연말로 만료되는 자이툰부대의 파병기한 연장 문제가 있고, 내년도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 협상, 주한미대사관 대체부지 제공, 그리고 지난 달 26일 양국이 공식 서명한 용산기지이전협정(UA)의 국회비준동의, 그에 따른 평택지역 대체부지 확보 문제 등 쉽지만은 않은 이슈가 걸려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즉 동북아 기동군화 문제도 간단치 않은 사안이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계기로 대미 외교의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적지 않다. 앞으로 도래할 국제적인 세력균형의 재편과 한미동맹 관계의 재정립을 위해 정확한 정세판단 아래 대미 외교를 포함해 치밀하고 효과적인 외교전략을 지체없이 가다듬어야 할 뿐 아니라, 미국에 한국이 신뢰할 만한 동맹국임을 재확인시켜야 하고이를 위해 민관합동 대미외교 라인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한미 정부간 관계를 `의사소통'을 넘어 이제는 `스킨십'을 강화하는 단계로 업-그레드시키는 한편, 의원 외교와 민관 합동의 대미외교, 그리고 민간 차원의 대미외교 등을 입체적으로 펼쳐 한미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연합뉴스) 이 유 기자 l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