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가 오는 9월부터 전국 64개 이마트 전 점포 수수료를 인상키로 한 데 맞서 이마트는 비씨카드와의 가맹점 해지 의사를 밝히는 등 카드사와 할인점간 카드 수수료 분쟁이 전면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마트가 이미 수수료가 인상된 경남 양산점의 비씨카드 가맹계약을 해지하고 오는 13일 개점 예정인 경기 파주점도 비씨카드와 가맹점 계약을 맺지 않기로 하는등 소비자 불편이 점차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2천600여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비씨카드와 월 평균 1천500만명의 이용고객을 거느린 할인점업계 1위 이마트가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다른 업체들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비씨-이마트 `전면전' = 비씨카드는 이마트가 수수료 인상 협상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9월부터 이마트의 64개 전 점포에 대해 수수료를 현행 1.5%(매출액 기준)에서 2%대 초반으로 일괄 인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올해초부터 수수료 인상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여왔지만 이마트측이 제대로 협상에 응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마트측이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으면 협상과 상관없이 수수료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이마트는 "비씨측이 9월부터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인상할 경우 즉시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이날 `카드사 수수료 인상 요구에 대한 이마트 입장'이란 보도자료를내고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상 방침은 카드사 자체의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부실을 가맹점과 소비자에게 떠넘기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마트는 "회사는 저비용구조를 바탕으로 서민경제와 직결된 생필품을 최저가로 판매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수수료 인상은 결과적으로 상품가격에 반영될 수밖에없으며 이는 결국 소비자 부담 가중과 물가인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 한국백화점협회 등 전국 12개 주요 가맹점 단체로 구성된 전국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도 이날 오전 경실련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인상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등 카드업계와 가맹점업계간 전면전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소비자 불편 가시화되나 = 이마트는 비씨카드가 지난 3일 개점한 경남 양산점의 가맹점 수수료를 신규 가맹점 표준 수수료율인 2.0%를 적용하자 비씨카드와의 가맹점 계약을 지난 5일 해지했다.

이마트는 또 오는 13일 개점 예정인 경기 파주점은 비씨카드와 가맹점 계약을 맺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양산점의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자 비씨카드를 소지한 일부 고객들로부터 `왜 비씨는 받지 않느냐'는 문의가 오고 있다"면서 "만약 63개의 기존점포까지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면 적잖은 소비자 불편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국내 할인점 시장의 33%를 차지하고 있는 업계 1위 기업으로 작년 매출 6조7천억원중 65%에 해당하는 4조3천억원의 매출이 카드를 이용한 결제였으며 이중 19%가 비씨카드를 이용한 결제였다.

따라서 이마트가 모든 점포에 대해 비씨카드와의 가맹점 계약을 해지할 경우 상당한 소비자 불편이 우려된다.

비씨카드 뿐 아니라 국민은행의 KB카드도 지난 9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까르푸, 월마트 등 주요 할인점에 카드 수수료를 1.5%에서 2.2%로 인상하겠다는 공문을 보내 할인점업계가 반발하는 등 카드 수수료 분쟁이 업계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카드사와 할인점간 수수료 인상을 둘러싼 분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일단은 관련업체가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소비자 불편이 예상될 경우 수수방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기자 passio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