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국내 반도체 및 LCD 업체들이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히는데 전력을 기울이고있다.

반도체와 LCD 모두 얼마나 큰 웨이퍼와 유리기판을 사용하느냐가 생산성을 높여원가를 낮춤으로써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요소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재원 마련은 물론 기술력도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반도체와LCD 부문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것은 투자력, 기술력 그리고 시장을 내다보는 경영능력이 `3위 일체'를 이뤄야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 2.4분기에도 대규모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2.4분기부터 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하이닉스반도체[000660]는 최근 이천 공장에서 300㎜ 팹(FAB)의 장비 반입식을 열고 숙원이었던 300㎜ 웨이퍼 시대를 열었다.

300㎜ 웨이퍼는 200㎜에 비해 표면적이 2.25배로 생산성이 40%나 높아져 생산단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반도체업계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하이닉스는 올해 말부터 300㎜ 라인에서 시험생산을 시작한 뒤 내년 상반기에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하이닉스는 이와함께 올 3,4분기내에 대만 프로모스사와의 제휴를 통해 300㎜라인에서 생산되는 D램을 공급받을 예정인데다 현재 ST마이크로와 합작 설립을 추진중인 중국 메모리반도체 공장에서도 300㎜ 웨이퍼 라인을 가동할 계획이어서 300㎜생산라인 확보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제1의 D램 및 플래시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005930] 역시 300㎜ 라인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300㎜ 웨이퍼 전용라인인 경기도 화성의 12라인에 6천288억원을 추가 투자키로 결정, 지난 한해에만 300㎜ 라인에 모두 2조5천여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올 1월에는 신규 300㎜ 라인인 화성공장의 메모리 13라인에 1조2천1억원을 신규투자키로 결정한데 이어 3월에는 2천552억원을 추가로 투자하기로 결정해 300㎜ 웨이퍼 시대로의 조기 진입을 위해 총력을 펼치고 있다.

13라인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될 경우, 삼성전자의 300㎜ 라인인 11-13라인에서는 올해 월간 약 5만장의 웨이퍼가 생산될 전망이어서 메모리 업계에서의 주도권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LCD 분야도 국내 업체들이 유리기판 크기에서 세계를 주도하며 앞서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탕정 LCD 단지에서 세계 최대인 1,870×2,200㎜의 유리기판을 사용하는 7세대 LCD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삼성전자 7세대 라인의 절반을 맡고있는 소니와의 합작사 S-LCD는 올해말 시험가동을 거쳐 내년 상반기부터 7세대 LCD 패널을 매달 6만매씩 양산할 예정이다.

7세대 유리기판의 생산성은 5세대(1,100×1,300㎜) 보다 3배, 6세대(1,500×1,850㎜)보다 2배 높은데 32인치와 40인치 LCD TV 패널을 예로 들면, 7세대 라인에서는32인치 12매, 40인치는 8매를 생산할 수 있는데 비해 6세대는 생산력이 각각 8매, 4매로 뒤쳐진다.

7세대에서는 또 46인치 패널도 6장을 생산할 수 있어 향후 본격화될 디지털TV시대에 꼭 필요한 대형 LCD 패널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7세대 라인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여기에다 삼성전자는 40인치 LCD 패널의 경우, 7세대에 비해 생산량이 30% 정도늘게 되는 8세대(2천300×2천600㎜ 이상) 라인을 최근 업계 최초로 공식 언급하면서`규모의 경제' 실현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인 바 있다.

8세대 라인은 7세대 라인의 2단계 투자와 때를 같이해 올해 말이나 내년초 착공될 예정이다.

LG필립스LCD 역시 현재 건설중인 파주 LCD 클러스터에서 7세대 LCD의 표준을 선점함으로써 대형 TV용 LCD 시장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파주 단지에서 생산되는 LCD는 삼성전자와 같은 7세대 제품이지만 삼성의 규격인 1,870×2,200㎜보다 큰 2,OOO×2,000㎜ 이상의 세계 최대 크기가 돼 40인치대 대형 패널의 생산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LCD 산업 모두 얼마나 높은 생산성을 확보해 원가를낮춤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느냐가 성패의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며 "웨이퍼와 유리기판의 크기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치열한 세계경쟁 속에서 살아남는핵심 전략"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