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천당과 지옥'을 오간 끝에 2004아시안컵축구선수권대회에서 귀중한 첫 승을 신고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23일 중국 지난의 산둥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B조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2차전에서10명이 싸우는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이동국과 안정환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이로써 1승1무로 이날 쿠웨이트(1승1패)를 제친 요르단과 동률을 이루며공동 1위를 달렸다.

UAE와 역대 전적의 간격을 7승5무1패로 벌린 한국은 오는 27일 쿠웨이트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한국은 쿠웨이트와 비기기만 해도 조 2위까지 주어지는 8강 티켓을 손에 넣는다.

이동국은 본프레레 감독 출범 이후 팀내에서 가장 많은 2골을 수확해 '본프레레호 황태자'의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선취골을 뽑기 전까지는 졸전 그 자체였다.

허리에서의 횡패스는 물론 1선으로의 전진패스가 부정확해 상대에 걸리거나 헛심만 쓰기 일쑤였고 코너킥은 물론 센터링도 밋밋하거나 거리 조절이 되지 않는 등전혀 날카로운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다.

오히려 수비 라인의 불안과 맞물려 빠른 역습을 전개한 UAE에 결정적인 찬스를더 많이 내줬다.

전반 4분 문전에서 인터셉트를 허용, 상대 공격수 모하메드 라시드의 슛을 내주기도 했던 한국은 16분 설기현이 박진섭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첫 유효 슈팅을 기록했으나 볼이 위력이 없어 골키퍼 주마 라셰드의 손에 잡혔다.

공격 루트를 제대로 열지 못하는 등 답답한 플레이를 보였던 한국은 23분에는몰리던 상황에서 살레 압둘라에 완벽한 득점 찬스를 허용했으나 강한 헤딩슛이 다행이 이운재 정면으로 향해 가슴을 쓸어내렸다.

공수에서 엇박자를 내며 안쓰러운 모습까지 보였던 한국은 프리킥 세트플레이를통해 분위기 반전의 출구를 찾았다.

한국은 39분 이영표가 UAE 진영 왼쪽에서 상대 수비의 반칙으로 얻은 프리킥을오른발로 올려준 것을 이동국이 골지역에서 솟구치며 헤딩슛한 것이 오른쪽 골포스트 상단을 맞고 네트를 흔들었다.

선제골로 비로소 활력을 회복한 한국의 본프레레 감독은 후반 이을용 대신 박지성을 교체 투입해 상대의 밀집수비를 뚫도록 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파상공세를 벌인 한국은 3분 김남일의 예리한 스루패스를 받은 차두리가 골문 대각선쪽으로 드리블하다 GK와 1대1로 맞섰으나 깔아찬 슈팅은 골키퍼에 걸렸다.

이후에도 일방적으로 몰아 붙이던 한국의 상승세는 그러나 10분 이미 한차례 경고를 받았던 수비수 박재홍이 후방에서 날아오는 패스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상대 공격수가 큰 동작으로 넘어지자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라브샨 이르마토프 주심이 옐로카드를 꺼내 경고 누적으로 퇴장하면서 수세에 몰렸다.

누가 봐도 박재홍의 발이 상대의 몸에 닿지 않았지만 주심은 항의하던 주장 이운재에게도 옐로 카드를 내보였다.

한국은 이 반칙으로 내준 프리킥을 1분 뒤 살렘 카미스가 찬 것이 골문 왼쪽 모서리를 맞고 나와 위기를 넘겼다.

8강 진출을 위해 1승이 다급했던 본프레레 감독은 2분 뒤 차두리를 빼고 수비수인 박요셉을 투입, 수비벽을 두텁게 쌓았고 25분에는 이동국이 박지성의 코너킥을헤딩슛으로 연결하기도 했다.

본프레레 감독이 32분 안정환을 기용한 '조커 카드'는 적중했다.

이동국 대타로 기용된 지 6분만에 설기현의 롱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맞서 로빙슛을 날렸으나 아깝게 크로스바를 넘긴 안정환은 후반 인저리타임 때 골을 작렬,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안정환은 문전에서 패스를 받은 뒤 노마크 찬스에서 감각적인 대각선 슈팅을 날렸고 볼은 골키퍼가 손쓸 틈없이 왼쪽 골문을 통과해 네트를 때렸다.

한국은 안정환의 쐐기골에 앞서 UAE의 예봉을 효과적으로 차단, 승리를 지켰다.

(지난<중국>=연합뉴스) 강건택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