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만에 만났는데 또 이렇게 작별하는구나"

북한 금강산 지역에서 열린 제10차 남북 이산가족 2진 상봉행사에 참가한 남측가족 149명과 북측 237명이 16일 김정숙휴양소에서 마지막 상봉을 하고 눈물의 이별을 했다.

오전 9시부터 열린 '작별상봉'에서 남측의 가족들은 "54년만에 만났는데 이렇게작별을 하는구나", "이렇게 헤어질 것을..."라고 울먹이며 북측 가족들을 향해 손을흔들며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겨야했다.

북측에 두고 온 두 딸을 만난 남측의 황인규(95).김정원(90)씨 부부는 "50년만에 만났는데 우리가 어떻게 너희를 두고 갈 수 있겠느냐"며 딸 신열(60).의열(57)씨를 부둥켜안고 통곡했다.

신열씨는 "어머니 아버지, 통일되면 우리 다시 만나요.
그때까지 더 오래오래사세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또 남측 상봉단중 최고령자인 허유정(97) 할머니는 일본에서 북송선인 만경봉호를 타고 1959년 입북한 아들 창원(67)씨와 며느리, 손자의 손을 잡으며 "내가 이제살아서는 너를 다시 못보지 않겠느냐"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급작스런 지병악화로 15일 오후부터 상봉 일정에 참가하지 못했던 남측 오흥권(89)씨는 대한적십자사가 준비해온 구급차에서 북측의 조카 오현자(58).금선(65)씨를상봉해야 했다.

남측의 누나 이서분(75) 할머니를 만난 북측의 동생 리범수(66)씨는 '늙으신 부모님을 잘 모시고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라'는 내용의 조카들에게 보내는 꼬깃꼬깃해진 편지를 누나에게 전해주며 손등으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

북측 동생 순녀씨를 만난 민춘희(73) 할머니는 동생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자"55년 동안 헤어졌는데 뭘 그리 기다려. 통일이 되면 꼭 만나자"고 하자 상봉 내내웃음을 잃지 않았던 동생도 "가슴이 터지는구나"라며 통곡했다.

김정숙휴양소 내부 상봉장에서 이뤄진 한 시간 동안의 만남 뒤 남측 상봉단이탄 버스가 김정숙휴양소 앞마당을 돌아나가자 북측 가족들은 버스를 따라 달려나오며 손을 휘젓고 안타깝게 울부짖었다.

남측 가족들도 차창 밖으로 몸을 내밀어 북측 가족의 손을 잡으며 이별의 아픔을 주체하지 못했다.

차주원 한적 충북 지사 회장을 비롯한 남측 상봉단은 이날 낮 동해선 도로를 이용해 군사분계선을 통과한 후 남측으로 귀환했다.

한편 1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11일부터 사흘간 북측이 선발한 가족 100명을남측 가족 471명이 만났으며, 14일부터 사흘간은 남측이 선발한 100명과 동반가족 49명(80세 이상 노약자 보호)이 북측가족 237명을 상봉했다.

북측이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 시비를 벌인 가운데서도 예정대로 치러진 상봉은 행사기간 이뤄진 우리 정부의 식량 40만t 지원계획 발표 등으로 좋은 분위기속에서 치러 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10차례의 상봉을 성공적으로 치름으로써 올 추석을 계기로 한 11차 상봉가능성 등 상봉정례화는 물론 이산가족 면회소 건설 등의 토대를 닦았다.

지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같은 해 8월 1차 상봉을 가진 이후 10여차례의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는 남북한의 가족 9997명이 만났다.
또 납북자 11 가족과 국군포로 7 가족이 '특수이산가족'으로 분류돼 상봉했다.

한적 관계자는 "이산가족 정보통합센터에 상봉을 신청한 사람이 10만1천130명에이른다"며 "북한과 합의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를 조속히 착공해 상봉을 확대하고 상설화하는 방안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금강산=연합뉴스) 공동취재단